계집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조고는 본시 환관으로 궁에 들어왔으므로 씨를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사내구실조차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계집은 조고의 바지춤 속으로 손을 넣어 차고 있던 은장도를 만지작거렸다. 밋밋하게 생긴 은장도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아직 쓸 만했다.

칼날도 폐부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임자. 노리개 없는 은장도는 만지는 맛이 좀 덜하지 그려.”

조고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

“무슨 말씀을요. 노리개를 화려하게 달았다고 다 좋은 은장도인가요?”

계집이 배시시 웃으며 농담을 받아쳤다. 그러면서도 은장도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조고역시 한 손으로 칼집을 만지작거리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취기가 오르자 발로 술상을 밀치고 계집위에 나목처럼 쓰러졌다.

곧이어 남녀는 가쁜 숨을 내몰며 버둥발을 쳤다. 오랜 만에 갖는 만남이라 그런지 괴성이 남달랐다. 거친 황야를 달려온 이리의 숨소리와 암내 낸 살쾡이의 울음이 계속됐다.

다른 내관들은 문풍지에 귀를 대고 마른 침을 삼키며 그들의 갈라진 소리를 귀에 담았다.

“오늘은 대인께옵서 몸을 제대로 푸시는 구먼.”

“그런 날도 있어야지. 내관들이라고 매일 밥만 먹고 살 수 있나.”

내관들끼리 쑥덕거렸다. 그렇다고 최고책임자인 그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자신들의 지위가 그만큼 향상된 것도 모두 책임자인 조고의 덕이었다. 내관들은 그에게 보다 아리따운 나인을 소개하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라고 여겼다. 때문에 누구랄 것도 없이 내관들은 조고의 눈에 드는 계집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서로 앞을 다투어 계집을 상납 했다.

하지만 전국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조고가 진왕의 옆을 떠날 수 없는 처지라 그동안 짬을 내지 못하다 그제야 회포를 풀었던 것이다.

궁중에서는 한 울 속에 숱한 남녀들이 살고 있었으므로 그 수만큼이나 일도 많았다. 진왕의 사랑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궁녀들이 내관을 꼬드겨 외로움을 달래는 일도 간간이 있었다. 그들이 씨를 갖지 않았으므로 행위만으로는 아무런 탈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궁녀와 놀아나다 적발되면 그것은 큰일이었다. 궁녀들은 왕의 소유였으므로 내관들에게는 불가근의 대상이었다. 궁녀와 놀아난 사실이 적발되면 궁에서 퇴출되는 것은 물론 죽음까지 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내관들은 그 점을 유념해야 했다. 그럼에도 틈바구니 사이로 드나드는 것은 지독한 독을 품고 있는 복어를 먹으며 죽음을 맛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이는 상궁도 다를 것이 없었다. 내관을 꼬드겨 재미를 보다 적발되면 즉각 퇴출이었다. 죽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욕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숨어서 달래기 어려운 욕정이 일면 보송한 사내 내관을 불러들여 애끓는 밤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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