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도 한때는 강성했던 제후국이었다. 하지만 기원전 284년 한. 조. 위. 연. 진 5개국이 연합하여 제나라를 친 이후부터 약화일로를 걸었다.

당시 연합군이 제를 치게 된 것은 연나라 때문이었다. 제와 연은 묵은 원한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 원한은 망국으로 치달을 뻔 했던 ‘대 사건’을 중심으로 빚어졌다.

옛날 연나라 왕 회(瞺)는 무능하여 재상 자지(子之)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여 정사를 펼쳤다. 얼마나 무능했던지 나중에는 그를 옥좌에 앉혀 국사를 처리토록 하고 자신은 재상의 신하가 되었다. 죽을 때까지 자신의 손으로 제대로 국사를 처리하지 못했다. 매일같이 담 높은 구중궁궐에서 여색과 술로 살았다.

올바른 신하들이 그 점을 지적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정치는 재상이 알아서 잘하는데. 내가 나설 일이 뭐가 있느냐. 나는 세월을 즐기면 그만이지.”

왕이 이러다보니 재상의 반대편에 있던 무리들이 조정에 반기를 들고 일어나게 되었고 그것은 곧이어 반란으로 번졌다. 반란은 곧 확산되어 혼란이 전국으로 퍼져갔다. 나라 안이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제나라는 이웃하고 있는 연나라에 대란이 일어나 전국이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군사를 일으켜 연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조금만 더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면 연이 멸망할 지경까지 이를 뻔했다. 물론 제나라는 큰 승리를 거두어 연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다.

연나라는 가까스로 태자 ‘평’을 추대하여 언젠가는 치욕을 갚겠노라 다짐했다. 연나라 ‘소양왕’이 된 그는 선정을 베풀고 널리 인재를 구해 훗날 설욕의 기회를 찾았다.

그리고 십 수 년의 시간이 지난 뒤 조, 한, 위, 연, 진 5국을 규합하여 연합군을 결성토록 이끌어냈고 이어 제나라를 대대적으로 공략했다.

이때 연나라 대장군 악의는 연합군을 이끌고 제나라를 공격하여 수도 임치를 함락시키고 제나라의 모든 보물과 기물을 탈취했다. 아울러 궁실과 종묘를 불태웠다. 확실하게 보복을 한 셈이었다.

제나라 ‘혼왕’은 도망쳐 목숨을 건졌지만 후일 초나라에서 그를 돕기 위해 보낸 사자에게 도리어 살해되고 말았다.

나라가 이지경이 되었으니 누가 왕위에 등극하려겠는가.

당시 제나라 태자 ‘법장’은 성과 이름을 바꾸고 거지(莒地)로 도망쳤다.

그는 남루한 복장으로 변복하고 문전걸식을 하며 떠돌다 태사인 교씨의 집에 이르게 되었다.

“태사 나으리. 저를 거두어 주신다면 그 은혜를 잊지 않겠나이다.”

남루하고 보잘 것 없는 복식을 한 젊은 사내가 태사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간청했다. 머리카락은 묵은 수세미 같이 뒤엉켰고 손발에는 때가 꼬질꼬질 흘러내렸다. 손에는 거지들이나 들고 다니는 바가지가 들려 있었다.

태사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분명 그는 천한 일을 할 그런 위인은 아닌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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