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이름이 뭔고?”

“저는 상교라고 하옵니다.”

“고향은 어디며 선친께서는 무엇을 하였기에 젊은이가 걸식을 하고 다닌단 말인고?”

태사는 꼬치꼬치 캐물었다.

“저는 일찍이 조실부모하여 선친을 알 수 없으며 고향도 제대로 알지 못하옵니다. 다만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녔을 뿐이옵니다.”

“뿌리도 없는 나무를 거두어 내 무엇에 쓸고?”

“태사 나으리. 비록 뿌리는 없지만 둥치는 튼튼하니 키운 다음 재목으로 쓰시면 되지 않겠나이까. 나무는 둥치를 쓰지 뿌리를 쓰는 것은 아니기에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태사는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금방 알아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부평초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기에 그리 믿을 수밖에 없었다.

태사는 그를 하인으로 집안에 들였다. 태자 법장은 상교란 이름으로 태사의 집에 머물며 궂은일을 마다않고 열심히 했다. 마당을 쓸고 땔나무를 하고 밭일이 있을 때는 그것을 거들었다. 상머슴이 따로 없었다.

그가 태사의 집에 몸을 숨기고 있는 동안 제나라 백성들은 태자 법장을 찾아 나섰다. 그를 왕으로 옹립하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그는 죽을 것을 염려하여 나아가지 않았다. 본인이 태자라는 것을 끝내 숨겼다.

하루는 태사가 한걱정을 했다.

“법장 태자께서 종적을 감추었으니 이 나라 종사는 누가 돌볼 것인가?”

법장은 이 말을 들었지만 모른척했다. 집주인이 태사다 보니 관에서 돌아가는 정보를 엿들을 수 있었지만 그때까지 나라가 평안치 않다고 보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상교는 하인노릇에만 충실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주인집 딸 군(君)과 눈이 맞았다. 그녀는 총명하고 지기가 뛰어난 여인이었다. 그를 먼저 유혹한 것은 ‘군’이었다.

그녀는 하인 이지만 얼굴이 달덩이처럼 훤한 상교를 보고 반해버렸다. 그래서 그에게는 유다르게 대하곤 했다.

일을 마치고 하인방에서 쉬고 있을 때면 몸종을 시켜 남몰래 그를 불러내곤 했다.

“이름이 상교라고 했느냐?”

“그러하옵니다.”

“어쩌다 우리 집까지 왔느냐?”

“세상을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법장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조금은 귀찮았고 다른 한편 상전인 어린 계집의 물음에 대답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해서였다.

“오늘 밤에 시간이 있느냐?”

“글쎄요.”

“오늘밤 삼경에 문밖에서 만나자꾸나.”

법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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