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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협치' 해법은 대통령의 결자해지

[디트의 눈] 인사청문 제도 손질 앞서 대국민 입장부터 밝혀야

류재민 기자2017.06.18 12:15:54

▲취임 일성으로 원칙과 협치를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내각 구성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인사 원칙을 비껴가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지난 16일 신임 국무위원 임명식을 마치고 문 대통령과 신임 장관들이 퇴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 문 대통령,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순. 청와대 제공.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섰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연정(聯政)’을 제안했다. 안 지사는 여소야대 정국을 풀 해법으로 협치 수준을 넘어 대연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대연정을 둘러싼 공방은 치열했다. 문재인 후보 등은 ‘적폐세력과 손을 잡는 것’이라는 취지로 공세를 취하며 안 지사를 코너로 몰았다. 특히 문재인 지지층과 당 내부에서는 온갖 비난을 퍼부으며 그의 제안을 평가절하했다.

'안희정의 대연정' 복기해야 하는 이유

안 지사는 “자유한국당과 연정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지 말라. 적폐 청산을 위해선 개혁 입법이 필요한데 의회와 어떻게 대화할 것이냐”고 맞섰다. 결국 안 지사의 대연정은 ‘이미지 정치’ 프레임과 맞물려 중도 보수층 표심 잡기로 치부되면서 사그라졌다.

지난 달 9일 치러진 19대 대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취임 일성으로 ‘원칙’과 ‘협치’를 강조했다. 한 달 남짓 시간이 흘렀다.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한 새 정부지만, 출발은 산뜻했다. ‘적폐 청산’, ‘국민 통합’을 원하는 국민적 여망에 파격과 소통으로 화답한 문 대통령 행보가 조화를 이뤘다. 현재도 80%대 국정 지지율로 ‘문풍(文風)지대’를 달리고 있다.

다만 ‘인사(人事)’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위장 전입, 병역 면탈,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등 5대 비리를 저지른 인사를 배제한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런데 이 ‘원칙’이 실제를 비껴가고 있다.

바른정당 당대표에 출마한 하태경 의원은 얼마 전 국회 출입 충청권기자간담회에서 “고쳐질지 모르겠지만, 문 대통령은 자기가 한번 정해놓으면 잘 안 바꾸려는 성격”이라며 “인사 5대 원칙은 문 대통령 스스로 발목을 잡은 것이고, 그것이 곧 문 대통령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국방부장관 하나만이라도 우리 당에 주고, 사드문제를 협의하라면 충분히 연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자기들 지지층이 있는데 그렇게 하겠나. 그 정도로 통 크게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협치 강조했던 文, 인사 논란에 발목 잡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큰 인사 논란의 대상이었던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문 대통령은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8일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예정이다.

특히 야권은 문 대통령 인사를 개국공신(開國功臣)을 위한 ‘보은인사’, ‘코드 인사’라고 비판한다. 어느 정치세력을 막론하고 동일한 비리에 대해 야당일 때는 용납하지 않던 것을 집권당이 되면 양해를 구실삼아 슬며시 넘어가거나 반대 여론에도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가 숱했다.

자유한국당 충청권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과 문 대통령이 잘해서 정권을 잡은 것이냐? 그냥 주운 것 아니냐”며 “자기들이 야당일 때는 더 심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다보니 인사 청문 검증 기준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언제 또 여야가 뒤바뀔지 모르고, 같은 논란이 되풀이된다면 이번 기회에 입법을 통해 명문화 시켜 시비를 없애자는 주장에 공감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에 앞서 자신이 국민들에게 공약한 ‘인사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대통령이지만, 인사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인사원칙 후퇴 국민에게 사과해야
인기 치중해 원칙 흔들리면 '적폐' 다시 등장할 수도


▲한국갤럽 6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부정평가 이유는 인사문제와 공약실천 미흡 등 인사 원칙 후퇴에 대한 요소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홈페이지.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83%가 긍정 평가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10% 부정 여론의 속성이다. ‘인사 문제’(34%), ‘공약 실천 미흡’(13%), ‘독단적·일방적·편파적’(10%)이 바로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잘 나가는’ 문 대통령에게 부족한 점을 ‘흔들리는 원칙’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문 대통령은 지난 달 10일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같은 날 첫 인사를 직접 브리핑하면서 "앞으로도 오늘처럼 국민께 보고드릴 중요한 내용은 직접 말씀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최근 인사 논란을 둘러싼 정치권 분열과 국민들의 부정 여론에 직접 응답해야 한다. 참모진을 통한 간접 사과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국민과의 약속이 원칙을 비껴갔다면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 다음 의회와 협치해 제도를 손질하고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나라답게’, ‘준비된 대통령’에 걸 맞는 처사다. 인기에만 치중해 협치와 원칙을 소홀히 여긴다면 불통과 적폐는 또다시 등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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