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사과 기자회견…“계획대로 토지보상, 사업자재선정” 약속

유성터미널 사업무산에 대해 백명흠 대전도시공사 사업이사(왼쪽)와 양승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오른쪽)이 향후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무산과 관련해 사업시행자인 대전도시공사와 관리감독 기관인 대전시가 “시민들께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대전시는 “우리도 속았다”며 사업자인 롯데컨소시엄측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백명흠 대전도시공사 사업이사와 양승찬 시 교통건설국장은 19일 오후 시청 기자실에서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무산과 관련된 경과와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설명했다. 

사업무산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과연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사업무산에 따른 주민 재산권 피해 등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모아졌다. 

책임소재와 관련해 도시공사와 대전시는 사업자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양승찬 시 교통건설국장은 “롯데컨소시엄측이 올 하반기 착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며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지난 5월 중순 도시공사를 통해 처음 전달받았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도시공사는 대전시에 제대로 상황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공사가 지난 1월부터 5개월 동안 사업자에 사업 정상추진을 촉구하는 공문을 8회 보내고, 관련 대책회의를 2번 개최하는 동안 대전시는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양 국장은 “우리(대전시)는 시민을 속인 적이 없다”며 “도시공사의 보고책임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책임자 문책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임기 2개월여를 남겨둔 박남일 도시공사 사장과 경영진에 대한 문책조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이 과정을 언제부터 인지하고 있었으며,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양 국장은 “5월 중순 사업추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처음 인지하고 시장에게 보고했다”며 “(권 시장이) 동남아 순방을 떠나기 전에도 보고를 했고, 계속해서 협의를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이후 불가피하게 계약을 해지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출장 중인 권선택 시장에게 전화로 보고한 뒤, 사업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대전시청 기자실에 기자들이 꽉 들어차 사안의 중대성을 입증했다.

도시공사는 곧바로 사업자 재선정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는 별개로 토지보상을 계획대로 실시하고 오는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재선정한 뒤 협약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백명흠 공사 사업이사는 “계약해지에 따라 롯데컨소시엄측의 소송제기 등이 예상되지만, 사업자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 명백한 만큼 승소를 자신한다”며 “최대한 빨리, 사업자 재공모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인허가와 토지보상 등 행정절차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게 도시공사의 의지다. “가장 큰 관심사인 토지보상을 위해 약 550억 원이 필요한데, 노은3블록과 갑천 친수구역 지구 3블록 분양대금 등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는 것이 백 이사의 설명. 

향후 민간기업의 사업부담이 커진 만큼, 용적률 상향 등으로 사업성을 확보해 주는 행정지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진입도로 등 단지 기반시설은 대전시 재정투자로 전환하고 터미널 부지매각은 조성원가 하향 등으로 사업성 확보를 돕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는 하반기까지 사업자 재선정이 계획대로 이뤄지리란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사업자체가 장기간 공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전시 주변에서는 권선택 대전시장의 공식적인 사과표명은 물론 박남일 도시공사 사장 등에 대한 문책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익명의 대전시의원은 “민주당 소속 시장과 구청장, 국회의원에 대한 야당의 정치공세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최소한 박남일 사장이 물러나고 권선택 시장이 공식 사과입장을 밝히는 수준의 책임통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성복합터미널은 사업시행자인 대전도시공사와 롯데컨소시엄 협약을 통해 대전 유성구 구암동 119-5번지 일원 10만 2080㎡ 부지 위에 2019년까지 건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컨소시엄사 일원인 KB증권이 내부 불협화음으로 이탈한 뒤, 주관사인 롯데건설 등이 사업추진에 미온적으로 나서면서 사업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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