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복합터미널 무산 논란] 인사권자 면전서 퇴진거부, 책임공방 가열

권선택 대전시장이 21일 오후 시청 기자실에서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차질에 대한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유성복합터미널 사업무산과 관련 “업무추진과정에 대전도시공사의 업무해태나 상황판단 잘못이 없었는지 살펴보고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책임추궁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책임추궁의 1차 대상으로 손꼽히는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사장은 권 시장의 면전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21일 오후 대전시청 기자간담회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권선택 시장 “심려끼쳐 죄송” 유감표명

권 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시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유감표명을 하며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차질에 대한 경위,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그는 사업차질의 원인에 대해 “사업자인 롯데컨소시엄 측이 협약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왔다”고 밝혔다. 자본투자사인 KB증권이 컨소시엄에서 이탈하고 주관사인 롯데건설이 설계도면을 제출하지 않는 등 협약의무 미이행이 사업무산의 핵심 원인이란 설명. 

권 시장은 롯데컨소시엄측에 “강력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행보증금 50억원 몰취 이외에도 다른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이 권 시장의 의지다. 

이어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밝히고 강력한 대응을 함과 동시에 사업차질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도 동시에 강조했다.

권 시장은 이날 오전 시의회에서 발표한 담화문 그대로 “사업에 필요한 행정절차나 토지보상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세종간 BRT도로 연결사업, 유성보건소 이전 등 공공사업도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뿐만 아니라 대전시와 도시공사, 유성구 등 관련기관 합동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조기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권 시장의 이런 의지표명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대전시와 도시공사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속속 드러나기도 했다. 

권선택 대전시장 앞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는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사장(사진 왼쪽).

“컨소시엄사 내부 이권다툼이 원인” 일관된 ‘남탓’ 

“최대지분사인 현대증권이 지난해 3월 KB금융에 매각됐는데, KB측에 사업추진 의사를 타진해 본 적이 있느냐”는 <디트뉴스> 질문에 권 시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배석한 박남일 도시공사 사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답을 꺼내놓지 못했다. 

현대증권이 매각되는 등 최대지분사의 경영권 변동이 있었는데도 1년이 넘도록 최대지분사의 의사를 타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KB증권이 3월 17일 컨소시엄 탈퇴를 선언하고 2개월 가까이 흐른 5월 8일에야 ‘컨소시엄 붕괴’를 알게 됐다는 것이 대전시와 도시공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한술 더 떠 박남일 도시공사 사장은 사태의 본질을 컨소시엄사간 내부 이권다툼으로 몰아갔다. 박 사장은 “자본투자사인 KB증권이 수익률 5.4%에 만족하지 못해 7%로 인상해 달라는 요구를 주관사인 롯데건설에 제시했고, 롯데건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가 KB를 설득할 시간을 달라고 해서, 협약해지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인 도시공사는 이 과정에서 어떤 중재노력을 했는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다. 

급기야 박남일 도시공사 사장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박 사장은 “임기가 2개월도 안 남았는데, 사업이 제 궤도에 안착될 수 있도록 임기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퇴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남일 사장 “물러나지 않은 것이 책임 지는 것” 

“인사권자인 권선택 시장의 뜻도 같은 것이냐”는 추가 질문도 이어졌다. 권 시장은 “노코멘트”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 사장은 “사태수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을 호소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토지보상을 위해 약 600억원 내외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은3블록 아파트 잔금과 갑천 친수구역 사업을 위해 발행한 공사채 일부를 활용해 사업비 1000억원을 마련해 놨다”고 강조했다. 

차기 사업자선정과 관련해서는 “후순위사업자(지산디앤씨컨소시엄)에게 사업권을 넘겨주는 방안과 재공모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차기 사업자선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시종일관 낙관적 전망을 꺼내 놓았다.

끝으로 권선택 대전시장은 “사업무산이 아니라 ‘다소의 지연’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거듭 양해를 구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듯,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어느 선(직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직원들에 대한 지도감독에도 신경쓰겠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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