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양왕은 6년이 지난 후 연의 방비가 허술한 틈을 타 연나라를 공략하여 잃어버렸던 옛 땅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 옛날의 제나라 위세를 회복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가 왕으로 재위하던 19년 동안 제나라에는 변란 없이 평화로웠다.

제양왕이 죽고 태자 건(建)이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건은 유약하여 어머니 군왕후에 의존하여 정치를 펼쳤다.

군왕후는 본시 대담하고 지기가 넘쳤으며 적극적이었기에 모든 정치를 직접 관장했다.

한번은 진나라 소양왕이 사신을 통해 군왕후에게 옥을 깎아 고리로 만든 옥련환을 선물로 보냈다. 그러면서 친서를 동봉했다.

“제나라에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이 많으니 이 고리를 뺄 수 있으리라.”

옥고리를 무슨 수로 뺀단 말인가.

군왕후는 진나라 사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옥련환을 신하들에게 내려주며 말했다.

“진나라 소양왕이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 옥련환을 보냈소. 경들 중에 이 고리를 열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풀어보시오.”

신하들은 군왕후가 내려준 옥련환을 받아들고 고심했다.

그것은 옥으로 고리를 연결시킨 것이라 어떤 방법으로도 열리지 않았다. 군신들은 그것을 놓고 수일을 고심하며 다양한 방법을 구사했지만 하나의 옥을 쪼아 만든 것이라 열지 못했다.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신은 와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옥련환 고리를 열 인재가 없다는 것이 한심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대신들은 창피함을 무릎 쓰고 군왕후에게 아뢰었다.

“하나의 돌을 쪼아 연결고리로 만든 옥련환이기에 열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어디에도 없사옵니다. 이는 진나라 소양왕도 다를 것이 없을 것이옵나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진나라 사신은 비실비실 웃었다.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제나라에 옥련환을 열 인재가 하나도 없단 말이오?”

사신은 비웃듯 말했다. 이 말에 제나라 조정은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그럼에도 풀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왕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군왕후가 사신을 노려보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대관절 옥련환이 무슨 대단한 것이라고......”

군왕후는 내관에게 망치를 가져오라고 일렀다. 대신들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관이 망치를 넘겨주자 진나라 사신이 보는 앞에서 소양왕이 보낸 옥련환의 가운데부분을 내리쳤다. 그러자 고리가 박살이 나며 부서져버렸다.

“이렇게 하면 빠지는 것을 뭐 그리 고민들을 하시오.”

군왕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진나라 소양왕이 특별히 보낸 선물을 망치러 단참에 부수어버렸으니 사신은 사색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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