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지방의회에서 끊임없이 요구해온 지방의원 보좌관 배치는 적지 않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개헌 헌법조항에 ‘지방분권국가’를 명시하겠다는 협약서에 서명하였고, 취임 후에는 비서실에 자치분권비서관을 편제함으로써 지방자치를 확대‧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전국 시‧도지사간담회에서도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 분권제’를 천명함으로써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증대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게다가 새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정책으로 공무원이 증원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런 복합적인 분위기에 맞물려 지방의원의 숙원인 보좌관 배치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현 20대 국회에는 광역의회에 정책지원 전문 인력 도입과 의회사무직원인사권을 의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개정안이 계류 중에 있어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가기천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광역지방의원에게 보좌관을 배치하려는 시도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의회가 인턴보좌관을 두기로 하고 소요예산을 편성한바 있으며, 몇몇 지방의회가 명칭과 형태를 달리하여 예산을 계상하고 조례를 제정하였으나, 행정자치부의 제동과 대법원의 무효판결로 효력을 잃었다.

보좌관을 두어야 한다는 논리는 지방행정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복잡해지는데다 주민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지방의원의 시간상 제약과 전문성부족으로 활동에 한계가 있으므로 충실한 의정활동과 집행부를 효율적으로 감시‧견제하기 위해서는 전문보좌 인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방의원의 일상을 보면 본연의 의정활동을 비롯하여 비회기 중에도 민원수렴과 지역구 활동 등 의원이 해야 하는 일은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지역구 전 지역이 활동 공간임에도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개인 차원의 보좌 인력은 전무하고, 의회사무처의 공적 지원인력만 있음으로서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보좌관 도입에 따른 인건비, 행정비 등 소요예산은 예산안을 정밀하게 검토하고, 각종 시책과 사업의 타당성을 분석하여 절감되는 사업비로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지방의원 스스로 역량강화 노력 우선되어야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방재정이 열악함에도 지방의원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자 유급제로 전환하여 연간 5~6천만 원대의 의정비를 받고 있는 광역의원에게 별도의 인력을 제공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이고 주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지나친 요구라는 것이다. 또한 지방의원을 유급제로 한 취지대로 각 분야 전문 인력이 지방의회에 진출하여야 하고 아울러 지방의원 스스로의 역량강화를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더욱이 ‘권한과 권력’을 더해가는 지방의회에 또 하나의 칼을 쥐어주는 것으로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멀다는 여론도 있다. 보좌 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의원 개인 전속’의 인력을 받아 의원의 권위를 세우고, 비서나 운전요원으로 쓰려는 것이라는 판단이 전혀 틀릴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보좌 인력이 배치되면 안건이 우선 보좌관을 거치는 절차를 거치게 됨으로써 번잡해지는 부작용과, 일부 의원은 보좌관에게 일을 맡기고 정작 자신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주장도 일면 설득력을 갖는다. 광역의원에 이어 기초의원에게도 보좌관을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도 일어날 것이다. 어쨌든 보좌관 도입은 어느 때보다도 실현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니, 본격 논의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보좌관요원은 노하우로 무장된 집행부 공무원을 뛰어넘거나, 최소한 대등한 수준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공개임용절차를 거쳐 선발하여야 한다. 신분은 사무처소속으로 하며, 의원별로 배치하되 의원임기가 끝나면 사무처로 복귀시킨다. 혹시 지방의원의 추천으로 채용하고 의원과 임기를 같이하는 방식으로는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데 따른 불안정감으로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됨으로써 새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정책에도 배치된다.

둘째, 보좌관이 배치된다면 현재 사무처 조직과 인력을 면밀하게 진단하고 일부 정원을 조정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입법정책지원조직과 전문위원실의 인력재배치를 함께 검토하여야할 것이다. 보좌관 배치에 앞서 전문위원과 전문위원 소속 공무원의 ‘의회직’화 만으로도 충분히 의회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러한 평가 속에 보좌관배치 요구는 더욱 비판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다분하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그 존재만으로도 가져오는 나름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활동여건이 충분하게 마련되지 않는 현실에서 그 역할을 모조리 폄하하는 것도 온당하지 않다.

지방의원이 충실하게 일할 수 있도록 보좌 인력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줄 시각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여러 현실에 바탕을 두고 의원보좌관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와 논리가 주민들의 공감을 얻고 우호적인 여론형성을 위한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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