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다음은 대전시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각종 위원회다.

인성교육위원회, 학교도서관발전위원회,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 공적심사위원회, 유아교육위원회, 특수교육운영위원회, 학부모보듬위원회, 공직자재산등록및공직자윤리위원회, 학교평가위원회, 다문화학생학력인정심의위원회, 임용후보자선정경쟁시험자문위원회, 교원일반징계위원회, 영재교육진흥위원회, 산학협력위원회, 직업교육공동평가위원회, 학교운동부지도자관리위원회, 체육특기자선발위원회, 학교체육진흥지역위원회, 학교보건위원회, 학교급식위원회, 생활지도상임위원회, 학생징계조정위원회,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학교안전사고예방위원회, 보안심사위원회, 재난위험시설심의위원회, 자치법규운영및법제심의위원회, 인력관리심의위원회, 계약심의위원회, 개축심의위원회, 관급자재선정위원회, 신설학교설계자문위원회, BTL성과평가위원회

이들 33개 위원회는 업무와 관련하여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적절한  정책과 사업을 수립하고 집행을 원활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다르게 보자면 조직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외부의 전문가나 학부모, 일반 시민 등이 참여하는 일종의 협치기구로서의 역할도 하는 것이 이들 위원회다. 그런데 과연 이 위원회들은 잘 운영되고 있을까?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다면 각종 부서의 사업 수립과 집행은 무리를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학교에서는 교육청이 도대체 왜 이런 결정이나 집행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훨씬 적었을 것이다. 위원회가 잘 운영되었다면 교육청의 수많은 정책과 사업들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결실을 맺었을지도 모른다.

시교육청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의 인사위원으로 6년간 참여했던 적이 있다. 그 때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위원회의 운영에는 분명히 개선책이 있어야 했다. 왜냐하면 위원회가 집행 차원에서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하여 허수아비나 마찬가지 상황이 반복되었기 때문이었다.

우선적으로 위원회의 구성에 집행의 추진자나 대상자가 일정한 비율로 참여하여 그들의 의견이 수렴되어야 하지만 참여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집행의 최종 추진자나 대상자라 할 수 있는 교사나 학부모들의 더 많은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 비율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의견이 수렴되어야 위원회들의 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인사위원회의 경우에는 전보와 승진 인사를 다루는데, 대상자인 교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표할 수 있는 위원들이 적당하게 포진해서 그들의 의견을 대변해주어야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청 관련 인사로 채워진 위원회 있으나마나한 기구 전락

특히 교원단체가 추천하는 평교사들이나 학부모단체에서 추천하는 학부모들이 참여해야 공정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사와 학부모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거나 수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다수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교원단체화 학부모단체의 각종 위원회 참여가 바람직하다. 교육청의 해당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거나 자신들과 이해관계를 갖거나 종속 관계에 있는 인사들을 위원으로 채우면 결국 위원회는 있으나마나한 기구로 전락하고 만다.

또 위원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해당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또는 정보 누설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안건과 관련한 자료를 위원회에 참석해서야 받는다. 내용을 이해하기에도 빠듯한 시간 탓에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지도 못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논의될 안건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되 누설로 인해 문제가 되면 조사하여 명확한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인데도 불구하고 사전 제공에 너무 인색하다. 아무리 해박한 위원도 사전에 살펴보지 않으면 올바르게 판단하기 쉽지 않다. 전문적인 내용으로 결과가 광범위하게 파급되는 분야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세한 자료 검토가 필요한데 그러한 배려가 거의 없다.

그래서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정된 안건이 반려되거나 수정되는 경우가 없었다. 6년간 위원회에 참석해서 활동했지만 사전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산이나 축내고 집행 시간이나 더디게 하는 위원회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되면 각종 위원회들은 허울 좋은 협치를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요식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는 굳이 존속할 필요가 없다.

위원회를 설치한 이유는 절차가 조금 복잡하더라도 민주적으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위원회를 협치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그 구성이나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또 중요한 위원회는 상임위원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인사문제를 다루거나 예산이 크게 소요되는 위원회는 상임위원을 두고 사전 조사와 의견 수렴을 통해 위원회에 다양한 의견과 사례를 보고하여 위원들의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상임위원을 둘 수 있는 위원회는 두세 개에 그칠 만큼 제한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로 위원회의 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면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협치를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위원회를 활성화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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