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렇게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 강경한 태도로 진의 도전에 회답했다.

제나라는 군왕후가 살아있는 동안 진을 잘 견제 했다. 이 때문에 건왕이 재위한 40년 동안 큰 전란을 격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죽은 다음부터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제왕 건(建)은 유약하기 이를 데가 없어 막중대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재위동안 어머니 군왕후에게 모든 것을 의존했다.

그러다 군왕후가 임종에 이른 무렵이었다.

군왕후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대왕, 국사를 책임지고 수행할 대신을 찾으시오.”

“알겠나이다. 왕후마마. 염려를 거두시고 건강을 회복하시옵소서.”

건왕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깨닫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군왕후가 죽는 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는 어머니 군왕후 없이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죽어가는 어머니를 잡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하지만 인명은 재천인 것을 어찌하랴.

군왕후가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 이 어미는 가야할 것 같소이다. 그러니 빠른 시일 내에 믿을 만한 대신을 찾으시구려.”

“아니 어마마마께옵서 가시면 저는 어찌하옵니까? 아니 되옵니다. 가시려면 어마마마께옵서 점찍어두신 신하를 적어주고 가시옵소서.”

제왕은 울면서 죽어가는 어머니에게 그것을 기록하여 달라고 졸랐다. 우는 모습이 어린아이와 같았다.

군왕후가 답답하여 더 이상 할 말을 잊고 숨을 거두자 제왕은 대성통곡하며 군왕후의 손을 잡고 놓으려하질 않았다.

“어마마마. 혼자 두고 가시면 어찌하옵니까? 믿을 만한 신하의 이름이라도 적어주고 가시든지.”

이를 지켜본 주변의 신하들도 건왕의 무력한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건왕은 혼자 전전긍긍하다 평소 자신의 말을 잘 들어 주던 후승을 승상에 올리고 그에게 모든 것을 의존했다.

이런 판에 진이 쳐들어 왔으니 좌불안석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왕분은 임치성을 포위한 채 진왕의 명령대로 약조문을 제왕에게 전했다.

제왕은 진왕의 약조문을 받아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항복을 하자니 왕조가 멸망하게 되고 항복을 안 하자니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퇴양란이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제왕은 술상을 마련하고 급히 승상 후승을 불렀다.

하지만 후승은 진나라 돈약에게 오래전부터 많은 뇌물을 받아 왔으므로 진나라의 간자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늘 제왕에게 전쟁준비를 하기보다 진나라와 손을 잡으라고 권유했다. 이 때문에 제왕은 그의 말을 듣고 전쟁준비보다 진과의 우호적 관계유지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 진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며 주변의 5국을 돕지 않은 것도 후승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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