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마다 변신 꾀하지만 효과 적고 구성원과 마찰도

대학들이 입학 정원 감소와 취업률 제고를 위해 학과명을 바꾸고 통폐합하는 등 신입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학들은 매년 수시모집을 앞두고 취업률이 낮은 기초학문은 다른 과로 통합되거나 폐지 수순을 밟고 있으며 취업률이 높은 실용학과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취업을 염두에 둔 독특한 이름의 학과들이 생겨나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또 교수들에 대한 감원이 어렵다보니 중복 유사학과를 만들어 교수를 유지시켜 결과적으로 대학의 경쟁률만 저하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대전지역 한 대학 교수는 “신입생 모집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학과명에 마케팅적 요소를 담아 작명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기상천외한 학과들이 생겨나는 걸 보면 대학이 상아탑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충남대 내년도 소비자학과 및 기계·재료공학교육과 학과명 변경

충남대는 2014학년도 군사학부를 신설했으며 2015학년도에는 행정학과와 자치행정학과를 행정학부로, 약학과와 제약학과는 약학과로 통합했다. 2017학년도에는 경상대학 아시아비즈니스국제학과와 의과대학 의학과(의학전문대학원 학부전환)를 신설했다.

내년 신입생 모집에서 충남대는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생활정보학과를 소비자학과로, 기계·금속공학교육과를 기계·재료공학교육과로 학과명을 변경한다.

또 군사학부는 국가안보융합학부로 학부 명칭을 바꾸고 군사학부 육군학전공은 국가안보융합학부 국토안보학전공으로, 군사학부 해군학전공은 국가안보융합학부 해양안보학전공으로 전공명칭을 변경한다.

한밭대는 2015학년도 글로벌융합학부(엔지니어리더)가 창의융합학과로, 글로벌융합학부(글로벌리더)는 공공행정학과로 변경되었으며 2017학년도에 스마트제조응용공학과, 에너지ICT공학과, 자산관리학과, 창업지식재산학과, 스포츠건강과학과가 신설되었다.

대전대 국가안전융합학부·건강운동관리학과 신설

사립대의 경우 학과 통폐합과 명칭 변경이 국립대보다 더 많이 나타난다.

한남대는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를 국어국문·창작학과로 통합했으며 ▲일어일문학과, 프랑스어문학과는 외국어문학부 일어일문학 전공, 프랑스어문학전공 ▲사학과, 철학상담학과는 인문학부 사학전공, 철학상담학전공 ▲컴퓨터공학과, 정보통신공학과, 광·센서공학과는 컴퓨터통신무인기술학과 ▲건설시스템공학과, 건축공학과는 토목·건축공학부 건축공학전공, 토목·환경공학전공 ▲화학공학과, 신소재공학과는 화공신소재공학과 ▲경영정보학과는 글로벌IT경영전공 ▲디자인학과, 예술문화학과는 디자인예술문화전공 ▲행정학과, 경찰행정학과는 행정·경찰학부 행정학전공, 경찰학전공으로 변경했다.

대전대는 2014학년도 인문예술대학 영어영문학과와 중국언어문화학과, 일어일문학과, 러시아통번역학과가 국제언어학과로 통합됐으며 IT경영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가 공과대학 IT융합공학부 컴퓨터공학과로 통합되었다.

또 정치언론홍보학과는 정치미디어학과로, 국어국문창작학부는 국어국문창작학과로, 정치미디어학과는 정치외교학과로 학과명이 변경되었다.

대전대는 2017학년도 국가안전융합학부를 신설했으며 보건의료과학대학내 사회체육학과를 스포츠과학부로 바꾸고 생활체육학과와 건강운동관리학과를 신설했다.

배재대 2018학년도 드론·로봇공학과 신설

목원대는 2014학년도 독일언어문화학과와 프랑스문화학과를 국제문화학과로 ▲피아노학부와 반주학부를 건반악학부로 ▲회화과와 기독교미술과를 미술학부로 통합했다.

2017학년도 목원대는 기술마케팅학과를 지식재산학과로 명칭 변경했으며 도시공학과와 신소재화학공학과는 도시·환경·화학공학과로 통합했다. 또 성악뮤지컬학부 성악전공과 뮤지컬전공은 성악·뮤지컬학과로 전공통합하고 학부를 학과로 변경했다. 건반악학부의 피아노전공과 반주전공 역시 피아노과로 전공통합하고 학과로 변경됐다.

배재대는 2014학년도 독일어문화학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가 폐지됐으며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한국어학과는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했다.

또 ▲심리철학과는 심리철학상담학과로 ▲법학부는 공무원법학과 ▲전산수학과는 컴퓨터수학과 ▲분자과학부는 제약공학과 정보전자소재공학과는 신소재공학과로 명칭 변경됐다.

배재대는 내년 드론·로봇공학과를 신설하고 ▲심리철학상담학과는 심리상담학과로 ▲무역학과는 무역물류학과 ▲원예조경학부 원예학전공은 원예산림학과 ▲원예조경학부 조경학전공은 조경학과로 변경해 신입생을 모집한다.

우송정보대 내년 신입생 일본외식조리학부 신설 모집

전문대의 경우 우송정보대학은 2014학년도에 글로벌명품조리과를 신설했으며 야간 과정의 샵마스터·유통경영과와 세무정보과는 폐지됐다.

우송정보대는 2015학년도 글로벌제과제빵과를, 2017학년도는 치과경영과를 신설했고 내년 신입생에 대해서는 일본외식조리학부를 신설 모집한다.

귀금속디자인과와 시각디자인과, 영상콘텐츠학부는 2015학년도 디자인·영상콘텐츠학부로, 경호보안과와 사회체육과는 스포츠·경호보안학부로, 철도운수경영과와 철도차량·운전과는 철도교통학부로 통합되었다. 샵마스터·유통경영과와 세무정보과는 2017학년도 스마트경영학부로 통합됐다.

대덕대는 인테리어·건축과(2014학년도)와 컴퓨터인터넷학과(2015학년도)를 폐지하고 전투부사관과와 특전부사관과, 인테리어디자인과를 신설했다.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대덕대는 컴퓨터전자과는 폐지되며 전기전자과를 신설한다. 경영과와 마케팅관리과, 세무회계과는 통합된다. 또 호텔관광서비스과는 호텔외식서비스전공과 항공여행공항관리전공으로 분리되고 항공정보통신학과는 정보통신학과로 학과명이 변경돼 감원 모집한다.

교수인력 그대로 두고 학과명만 바꾸는 형식적 학사개편 부작용도

이처럼 대학들의 잦은 학과 명칭 변경과 통폐합을 바라보는 대학가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학교육 자체보다는 학생 모집에만 초점을 두고 통폐합 하거나 명칭을 변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갑작스런 학과 통폐합 등 학사 구조개편을 둘러싸고 구성원들 사이 잡음도 적지 않다.

대전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육수요에 맞춰 입시 때마다 정원 조정과 학과 명칭변경 등 변신을 꾀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며 "효율적인 학교 운영과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지만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의 구성원은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통폐합과 명칭 변경에 나서지만 교수 인력은 그대로인 채 학과 이름만 바꾸는 형식이어서 누구를 위한 학사개편인지 의문"이라며 "결국 대학들의 무분별한 학사개편의 피해자는 학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역대학 학생은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취업이 중요하지만 빨리 취직하려면 직업훈련소에 가지 왜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에 오느냐"며 "대학 스스로 학문의 전당의 기능을 포기한 채 취업양성소로 전락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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