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뭐가 부정한 청탁인가"...재판부, 검찰에 보완 요구

수 백억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아이카이스트 대표 김성진으로부터 뇌물공여 약속을 받은 대전교도소 교도관에게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대전교도소 교도관 A씨 변호인인 종합법률로펌 보담 백홍기 변호사는 최근 열린 A씨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을 향해 "피고인에게 김씨가 자신의 처에게 전화를 해 달라는 내용을 이른바 청탁금지법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인지 의심스럽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A씨에게 4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청탁금지법과 수뢰 후 부정처사,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등이 그것. A씨는 이 4가지 혐의 가운데 청탁금지법과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며 직무유기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인정했다.

그 중 청탁금지법과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주장하는 백 변호사의 요지는 간단하다. 김영란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부정청탁이 먼저 존재해야 하고 그 뒤 공직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했어야 한다는 것.

검찰이 A씨에게 적용한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한 공소사실은 이렇다. 지난 해 10월 22일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씨는 A씨가 근무 중인 교도관 근무실에서 "제 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시면 나중에 교도소를 나가서도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고 부탁했다.

A씨는 김씨의 부탁을 받고 김씨 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지난 1월 14일까지 총 155회에 걸쳐 그 답변과 연락을 대신 전달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가 김씨의 휴대 전화를 반입하고 최장 6시간 동안 면담한 것을 비롯해 보석이나 재판 진행 상황 등과 관련한 연락도 대신 전달해 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같은 A씨의 행위가 교정직 공무원으로서 수사 및 재판 중인 구속 피고인인 김씨로부터 부정청탁을 받고 연락을 주선하는 등 지위와 권한을 벗어난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 청탁금지법을 적용했다.

그러나 백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A씨가 김씨와 김씨 처 사이에 대신 연락을 전달해 준 것이 부정한 청탁에 해당되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백 변호사는 "A씨와 김씨가 최장 6시간 동안 면담을 한다든지 휴대전화기를 반입했다는 등의 행위는 청탁금지법 위반 구성 요소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김씨가 자신의 처에게 한 안부전달이나 사업상 이야기의 전달 행위는 청탁금지법에 나오는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백 변호사의 문제제기에 담당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창제 부장판사)도 검찰을 향해 "어떤 부정한 청탁에 따라 어떤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달라"고 검찰측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검찰측은 다음 공판 때까지 A씨의 공소사실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검에서 첫 김영란법을 적용한 이번 사건은 김씨 사건과 함께 지역사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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