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선발진 로테이션 점검 필요

지난 주 한화이글스는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권과 7경기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오히려 10위 삼성과의 차이가 3.5경기로 중위권과의 거리보다 더 가까워 보여 자칫 최하위로 처질 확률이 더 높은 상황이었다. 승패 마진은 정확하게 –10. 5위권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최소 5할 승률을 맞춰야 되는 현재의 리그 상황. 78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올시즌 만나면 한화이글스의 길목을 막아섰던 1승 5패의 넥센, 3승 6패의 삼성과 외나무 다리 혈투를 벌어야 했다. 

넥센과의 주중 홈 3연전은 한화이글스에게는 복수의 시리즈였다. 지난 5월 16일-18일 고척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정우람이 이택근에게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하면서 연패가 시작되었고 그날의 패배를 시작으로 삼성과의 시리즈에서 스윕패, 기아와의 시리즈에서 또 스윕패, NC와의 시리즈 첫 경기 패배까지 이어지면서 무려 8연패의 구렁텅이에 빠졌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에 김성근 감독의 퇴진까지 겹치면서 한화이글스의 2017년은 “암울” 그 자체였다.

넥센의 선발 로테이션은 최원태-신재영-브리검,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은 윤규진-김재영-배영수. 선발진의 무게를 봤을 땐 넥센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듯 보였고 최근 두 팀의 타격 상승세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진흙탕 싸움의 징조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첫 경기에서 한화이글스의 타선이 1회와 2회에 5점을 벌어주면서 윤규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으나 결국 윤규진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5실점을 하며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7회 로사리오의 적시타와 강승현의 깜짝 호투, 송창식,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진의 깔끔한 마무리로 6대5의 승리를 거두며 넥센 포비아를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 1년 2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재영과 신재영. 한화이글스 타선은 김재영에게도 5점의 점수를 차곡차곡 만들어줬으나 그때마다 김재영은 바로 실점을 허용하며 5회를 채웠지만 결국 5실점을 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9회초 송창식이 박동원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5:6의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시리즈의 분수령이 된 마지막 경기. 현역 최다승에 빛나는 베테랑 배영수가 3⅓이닝 6실점으로 조기 강판 당하면서 경기 내내 흐름을 내줬고 7회까지 7대12로 밀리며 넥센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식을 줄 모르는 타선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7회말 하주석이 추격의 2점 홈런을, 8회말 최재훈이 시즌 첫 홈런을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으로 장식하며 결국 12대12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을 했다. 그 와중에 마운드에서는 이동걸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내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고 10회초 동점 상황에서 정우람까지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둔 상황에서 10회말 이성열이 상대 마무리 김상수의 포크볼을 받아쳐 그대로 담장을 넘겼고 연장 승부의 행방을 끝내기 홈런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주말 kt와의 첫 스윕승 후, 1승 5패의 넥센을 만나 첫 위닝시리즈를 장식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며 탈꼴찌에 성공했고 시즌 내내 한화이글스에게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는 삼성과의 고비의 주말 3연전. 에이스 비야누에바를 선발로 등판시킨 첫 경기에서 3:5의 패배를 당하며 전날 끝내기 승리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1회초 흔들리는 상대 선발 페트릭에게 1점만을 얻어내며 공략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고 11명이 누상에 나갔지만 3득점에 그친 타격의 집중력도 패배에 한 몫을 했다. 또한, 선발 비야누에바도 특유의 컨트롤이 흔들리며 초반 5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두 번째 경기는 이태양과 윤성환의 맞대결. 상대 선발이 윤성환이었기에 이태양의 호투가 절실한 상황. 하지만 이태양도 러프에게 만루홈런 포함 3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며 경기 초반 삼성에 흐름을 완전히 넘겨주고 말았다. 결과는 2:8의 패배. 10명이 누상에 나갔지만 득점은 2점. 병살타만 3개가 나온 경기였기 때문에 이기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넥센과의 위닝시리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마지막 경기는 윤규진과 우규민의 맞대결. 타선이 경기 초반 상대 실책이 포함되었지만 우규민을 공략하며 5득점에 성공했으나 한화 선발 윤규진도 난조를 보이며 4실점. 중반 이후 양팀의 본격적인 불펜 전쟁이 시작되었으며 8회말까지의 결과는 7:6의 삼성 리드. 스윕패의 기운이 감돌던 9회초 한화의 정근우의 천금같은 동점 솔로 홈런으로 7:7의 균형을 맞췄고 승부는 연장으로. 하지만 연장 11회초 폭우가 쏟아지며 경기는 결국 강우콜드게임으로 무승부로 마무리되었다.

kt와의 스윕승과 넥센과의 위닝시리즈로 좋았던 분위기가 삼성의 벽에 막혀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4승 2패의 성적을 올렸던 지난 주의 성적을 2승 1무 3패를 거두며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특히, 선발 투수들이 전혀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경기 초반부터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퀄리티 피칭을 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고 6이닝 이상 피칭도 비야누에바의 7이닝 한 경기 밖에 없었다. 특히 계속된 부진을 보이고 있는 이태양의 로테이션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판단이 된다.

우선, 배영수, 윤규진, 이태양의 우완 선발들의 투구 패턴이 거의 비슷하다. 140대 초반의 직구와 떨어지는 포크볼. 상대 타자들이 연이어 비슷한 유형의 투수들이 등판하기 때문에 타격의 타이밍이나 페이스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 모습이다. 또한, 제구가 불안하면서 실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장타의 허용도 늘어났고 이것이 경기 초반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타자들이 힘을 낸다 하더라도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오간도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발진에 변화를 줄 시점이 왔다. 이태양이 2군에 내려가고 좌완 김범수가 콜업이 되었다. 그렇다면 좌완 김범수를 우완 일색인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켜 기회를 줄 필요가 있겠다. 또한 최근 페이스가 많이 떨어진 장민재도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2군에서 꾸준하게 선발 수업을 받고 있는 김혁민을 올려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비야누에바-배영수-김재영-김혁민-김범수로 선발진을 재편하고 윤규진을 다시 불펜으로 돌리는 방향을 구상한다면, 불펜의 과부하도 막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 그리고 기존의 선수들의 점검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이글스의 투, 타 성적 지표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6위권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성적은 8위. 즉, 그동안은 투, 타 밸런스가 맞지 않았고 비효율적인 경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조금 더 효과적인 엔트리 운영과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한다면 한화이글스의 성적은 반등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할 수 있겠다. 5위 LG와의 승차는 7경기. 이번 주는 7승 2패의 kt와 3승 3패의 두산. 최근 페이스가 떨어진 kt를 상대로 좋은 흐름을 만들고 두산과 힘겨루기를 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기회는 올 것이다. 하지만 마운드 운영의 변화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지난 9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7 시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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