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여론조사심의위 신고 안해… 교육청 "시책평가로 업무 참고용"

대전시교육청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수요자 만족도 조사를 하면서 설동호 교육감의 직책과 실명을 거명하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사전 신고하지 않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행정조치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대전교육청은 매년 학부모에 대해 방문조사 형식으로 교육정책 만족도 조사를 해 왔는데 올해는 일반시민으로 범위를 확대해 지난 19~20일 1000명 정도를 전화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사했다. 소요예산은 1000만원이다.

그런데 설문 앞부분에 '설동호 대전광역시 교육감'이라는 직책과 실명이 들어갔으며 질문내용에도 교육청 시책이 아닌 설 교육감에 대한 업무평가를 포함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여론조사를 기관에서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시책조사가 아니라 설 교육감에 대한 선거여론조사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면 여론조사의 목적,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전체 설문내용 등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을 여론조사 개시일 전 2일까지 관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전교육청은 설 교육감의 직책과 실명이 포함된 여론조사를 하면서 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사전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선관위 “교육감 성명·직책 밝힌 여론조사 일반적 시책평가로 볼 수 없어”

이에 대해 대전시선관위 관계자는 "당선인을 예상하거나 지지도 조사 등 선거관련 여론조사를 선거 180일 전까지만 규제했는데 선거여론조사가 방만하게 이뤄지는데 대해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상시신고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며 "대전교육청이 개정 선거법의 첫 적용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또 "선거와 관련 없는 교육청의 시책평가는 무방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의 성명과 직책을 밝힌 여론조사는 일반적 시책평가로 볼 수 없다는 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의 유권해석"이라며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라면 당연히 여론조사 개시 전 신고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교육청에 대한 조치로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위법이 성립한 것이기 때문에 기관에 대한 경고 정도가 내려지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대전교육청이 매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했던 고객만족도조사가 시책평가였다면 설 교육감의 직책과 실명을 넣고 교육감에 대한 평가를 언급한 이번 조사는 선거여론조사에 해당한다는 게 선관위의 해석이다.

또 선거여론조사의 경우 여론조사 개시 2일 전 관할 여론조사심의위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대전교육청은 신고하지 않은 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본예산에 고객만족도 조사 용역료로 1000만원을 수립했다.
대전교육청 “그동안에도 해왔던 시책평가로 업무 참고용”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정책수립에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매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요자 조사를 했는데 올해는 일반 주민으로 조사대상을 확대했다"며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문항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변경된 선거법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문항에 대해 이 관계자는 "설문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며 "교육감의 직책과 성명을 사용한 점과 '교육감 누구는 업무를 잘 한다고 보십니까?' 정도의 평가를 물어본 게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여론조사 업체로부터 설문조사 결과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업무참고용으로 매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조사심의위 신고 사항인지에 대해서는 선관위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는 "2014년부터 ‘고객만족도조사’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실시해오던 교육수요자 대상 교육시책 평가 설문조사를 이번에 대전시민으로 범위를 넓힌 것도 내년 교육감 선거를 의식해서가 아니냐"며 “취임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는 설 교육감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전전교조는 또 "교육감 선거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설 교육감에 대한 정책평가와 지지도 조사를 왜 교육청 예산으로 하느냐"면서 "공개하지도 않을 설문조사를 1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의뢰한 것이야말로 혈세낭비 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해왔던 시책평가이며 업무참고용이어서 예산낭비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업무참고용이기 때문에 공표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