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천하통일을 이룩한 진왕 영정은 자신의 야심 찬 계획대로 통일제국을 만들기 위해 밤잠을 설쳤다.

조당이 어느 때보다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진왕은 편전에서 날을 새는 경우도 많았다. 궁 안에 불이 꺼지지 않았다. 대신들은 각자의 계획을 정리하여 편전을 드나들었다.

진왕은 6국을 멸한 자신의 호칭이 왕이란 것은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다른 호칭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진왕은 고심 끝에 승상 왕관과 어사대부 풍겁, 정위 이사를 편전으로 불렀다.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통일제국을 이룩한 업적에 대해 너나할 것 없이 입이 마르도록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진왕은 그들의 업적을 치하하고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과인은 미미한 존재지만 병사를 일으켜 난폭한 무리들을 쳐부수었소. 다행히 종묘 신령의 가호에 힘입어 6국의 왕이 모두 굴복하여 천하가 평정되었소. 이제 왕의 명호를 고치지 않으면 천하통일의 성공을 후세에 전할 수 없게 될 것이오. 따라서 그대들은 제호를 논하여 보시오.”

“알겠나이다. 대왕마마.”

편전을 물러난 대신들은 머릴 맞대고 고심했다.

성공적으로 통일제국을 이룩한 업적을 칭송해야 하며 아울러 후세에 전함에 있어 남달라야 하는 칭호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날 며칠을 고심했다. 여러 날 동안 뾰족한 답을 가져오지 못했다. 갑론을박 논쟁만 거듭하며 조정 내에 말만 무성할 뿐이었다.

격론 끝에 내린 결론은 ‘태황’이었다.

신하들은 그같이 호칭을 정한 연유를 적어 진왕에게 올렸다.

“지금 폐하께서는 의병을 일으켜 백성을 해치는 무리를 쳐서 천하를 평정하셨습니다. 이런 일은 역사상 유래가 없으며 오제(五帝)라 할지라도 미치지 못하는 바입니다. 저희들이 박사관과 의논했습니다만 예로부터 천황이 있고 지황이 있으며 태황(太皇)이 있으되 태황이 가장 존귀합니다. 저희는 죽기를 무릅쓰고 존호를 올려 왕을 태황으로 칭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를 읽어본 진왕은 고개를 내저었다. 탐탁지 않았다. 스스로 결정키로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진왕 영정은 통일 위업을 달성한 신하들을 한자리에 불러 대연회를 베풀었다. 풍성한 음식으로 상을 차리고 정복한 나라에서 노획한 금은보화를 태산처럼 수북하게 쌓았다. 물론 신하들에게 나누어주고 남은 것들이었다.

속이 내비치는 비단옷을 입은 무희들로 하여금 연회의 분위기를 더하도록 했으며 악사들에게 여흥을 돋울 수 있는 음악을 연주토록 했다. 백희를 비롯한 많은 광대들이 어리광을 부렸다. 장사 백희는 온몸에 흰 분을 바르고 연회장 중앙에 나와 무거운 청동 솥을 들어 보이며 힘자랑을 했다. 또 다른 백희들은 장대위에 광대를 올리고 곡예를 보였으며 다른 광대들은 연회장을 빙빙 돌며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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