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돌아온 장수들은 여흥에 젖어 “진왕 만만세”를 연호했다. 한사람이 술잔을 높이 쳐들고 만 만 세를 주창하면 다른 장수들이 연이어 복창하는 형식으로 연회장 안은 온통 만세소리가 이어지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자리에서 진왕 영정은 누백 년의 세월동안 어느 나라의 왕도 일찍이 흉내내보지 못한 대관식을 거창하게 치뤘다.

연회장은 시종일관 웃음과 여흥이 넘치는 분위기였다.

대관식이 끝날 무렵 대형 징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연회장은 순식간에 절간처럼 엄숙해졌다.

연회장 단상 위 옥좌에 금적 색으로 용을 새긴 검은 용포를 입고 앉은 진왕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단상아래 좌정해있던 승상 왕관이 단상 앞으로 나가 흑포 두루마리를 펴고 회장을 둘러본 뒤 큰 소리로 황명을 전했다.

“짐은 6국을 멸하고 이 자리에 앉았으니 왕이란 칭호가 마땅치 않노라. 하여 가장 위대한 신인 태황(泰皇)의 황자를 따고, 고래로 가장 어진 임금인 오제(五帝)의 제자를 따서 이제부터 황제라고 칭하겠노라. 나아가 연년세세 진왕조가 만년을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 초두에 시(始)자를 붙여 시황제라 칭하노니 모두들 그렇게 존칭할 지어다.”

그러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높이 들고 일제히 시황제를 연호했다.

“시황제 만세만세 만만세!”

일정한 의식이 끝나자 장수들은 차례대로 자신들이 전장에서 경험한 일화를 들먹이며 시황제의 위대함을 칭송했다. 어떤 이들은 눈을 뜨고 보지 못할 만큼 아부를 떨었으며 또 어떤 이들은 귀가 간지러울 정도로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대연회는 술과 여자와 음악과 무용으로 어우러지고 있었다.

승상 왕관은 시황제의 명에 따라 장수들이 전장에서 포로로 데려온 왕족과 제후의 첩들을 하녀로 하사했다.

그는 장수들을 한명씩 호명하고 그에게 어느 나라의 왕비 누구를 준다는 식으로 하사했다.

하지만 그들을 하녀로 삼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백옥같이 고운 피부와 미모 그리고 아리따운 자태는 애첩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거개의 장수들은 그들을 뒷방에 두고 밤을 즐기는 노리개 감으로 삼았다.

때문에 전장에서 피 냄새를 맡으며 살다 고리타분한 조정에 나온 장수들의 대화는 간밤에 얼마나 열심히 일을 치렀으며 즐긴 기분이 어떻다는 것들이었다. 정치니 행정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전장에 나갈 일이 없으니 오로지 즐기는 것이라고는 술과 여자뿐이었다.

어찌 보면 진시황은 이점을 노리고 있었다. 혹여 반역의 무리가 생긴다면 그것은 장수들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술과 여자를 붙여주고 노획한 금은보화를 함께 하사했다. 사념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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