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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로텐브르크

[정승열의 세계 속으로] <27>

정승열2017.06.30 13:47:30

▲로텐브르크 전경.

알프스 산맥인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은 주도(州都) 뮌헨(München)을 비롯한 중세도시들이 많아서 독일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인데, 특히 뷔르츠부르크(Würzburg)에서 알프스 너머 남쪽 퓌센(Füssen)에 이르는 약350㎞ 구간의 로맨틱 가도(Romantische Straße)는 로마로 통하는 큰 길이이서 곳곳에는 세계의 중심이던 로마의 건축양식을 모방한 건물들이 많다. 또, 만하임(Mannheim)에서 하이델베르크를 거쳐 뉘른베르크(Nürnberg)로 이어지는 ‘고성가도(Burgen Straße)’와 로맨틱 가도가 교차하는 곳에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도시 로텐부르크(Rotenburg)가 있다.

▲정승열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장

로텐부르크는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가는 길’이라는 뜻으로서 독일에는 로텐부르크란 지명이 바이에른 주에도 있고 작센 주에도 있으나, 로맨틱 가도에 있는 바이에른 주의 로텐부르크는 ‘로맨틱 가도 중의 보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도시의 정식명칭은 ’로텐부르크 오프 데어 타우버(Rothenburg ob der Tauber)’인데, 이것은 ’타우버 강가의 붉은 성’이라는 뜻이다(독일의 가도에 관해서는 2017.06.23. 하이델베르크 고성 참조).

로텐부르크는 교통 중심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일찍부터 상업이 발달하였으며, 1274년 바이에른 왕으로부터 ’황제의 자유도시’ 지위를 얻었다. 시민들은 대부분 자유 상인들로서 개신교를 많이 믿었다. 완만한 언덕 위의 고성과 성 안의 아기자기한 중세 건물들이 로텐부르크 관광의 중심인데, 고성의 입장료는 없다.

첨탑이 우뚝 솟은 성문 위에 제후 가문의 문양(文樣)이 걸려있는 것은 유럽의 중세도시와 어느 성에서나 볼 수 있는 공통된 모습이고, 약간 가파른 비탈길에도 유럽 어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석주(石柱)로 포장을 했다. 고성에서의 중심은 스보르노스티 광장(Mark Platz)이다. 광장 주변에는 1250년대에 지은 고딕 양식의 시청사(Rathaus)를 비롯하여 1331년에 착공해서 190년에 걸쳐 지은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곱을 기리는 성 야곱 교회(St. Jakob), 그리고 크고 작은 호텔․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들이 있다.

▲광장에서 바라본 성문.

엘리베이터가 없던 시대에 지은 시청사는 5층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건물 밖으로 돌출된 계단이 마치 교회의 첨탑처럼 인상적인데, 200개 계단을 걸어서 60m의 탑 꼭대기에 올라서면 온통 붉은 빛 지붕인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 로텐부르크를 ’타우버 강가의 붉은 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인형백화점.

광장에서는 시계탑을 빼놓을 수 없다. 신․구교도간의 30년 종교전쟁(1618~1648)이 한창이던 1631년 10월 31일. 개신교의 도시 로텐부르크는 틸리(Tilly) 백작이 지휘하는 가톨릭 군에게 함락 되었는데, 이때 틸리 백작은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누쉬(Nusch) 시장에게 호기를 부리며 로텐부르크의 특산물인 3.24리터짜리 와인 한 병을 단숨에 마시면 도시를 불태우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시장은 오로지 도시를 살리려는 일념으로 와인 한 병을 통째로 마셔서 마침내 도시를 구했으며, 그 후 시장은 며칠 동안 술에 취해서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시계탑에서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이면 음악소리와 함께 시계 양쪽의 작은 문이 열리면서 누쉬 시장(오른쪽)과 틸리 장군(왼쪽) 인형이 와인을 마시는 인형극을 보여준다. 이것을 ‘마이스터 트렁큰(Maister Drunken)’이라고 하는데, 틸리 백작과 누쉬 시장의 일화는 성신 강림절마다 연극으로 공연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로텐부르크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은 유럽에서 하나뿐인 범죄박물관이다. 일찍부터 자유도시가 되었던 로텐부르크에는 중세 이후 유럽 전역의 범죄와 형벌에 관련된 자료들을 교통의 중심지인 이곳에 박물관을 지어서 전시해 놓았는데, 4층 건물인 박물관은 지하층부터 온몸의 뼈를 부러뜨리는 절단도구며 각종 고문도구를 비롯하여 고막을 터트리는 도구, 각종 도끼, 칼 등을 전시하고 있다.

▲광장 주변의 목조물.

또, 중세는 문맹자가 많아서 가게마다 판매하는 물건을 철제 조형물로 만든 돌출 간판을 내건 것은 유럽의 다른 도시와 비슷하지만, 로텐부르크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시청 광장에서 벌이는 크리스마스마켓 대 축제가 로텐부르크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된 성 안은 중세도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데, 온갖 크리스마스 관련 기념물과 조형물을 찾는 상인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오는 국제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을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깃털달린 모자에 붉은 제복을 입고 어깨에 총을 멘 호두까기 인형도 로텐부르크에서 창작된 것이라 한다.

▲시계탑.

광장에서 남쪽으로 약50m쯤 떨어진 인형완구 박물관(Puppen und Spiezeug Museum)은 로텐부르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서 세계의 인형과 완구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을 갖는다고 한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인형과 완구 가게의 화려한 조명과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찾는 이들에게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이렇게 오로지 크리스마스 관련 장식품 한 가지만으로 일 년 내내 백화점을 유지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와인 마시는 누쉬 시장.

그런데, 백화점에서는 진열된 형형색색의 수많은 장난감들을 경쟁업체에 대한 보안이라며 일체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많이 아쉬웠다. 독일에 로텐부르크가 있다고 한다면, 체코에는 체스키크롬로프라고 하는 중세마을이 어린이들에게 동화나라를 체험하게 해주는 소중한 마을이라고 할 수 있어서 우리도 인형완구 백화점에 가지 인형과 완구들을 구경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린이들은 물론 아무리 거친 풍파를 거친 노인들이라 해도 장난감백화점을 구경한다면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시청사.

▲인형가게.

▲범죄박물관 형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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