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제나라 계집은 맛이 다르다네. 왕비로 있던 계집을 하사받은 뒤로 내 몸이 말이 아닐세. 진액이 빠지는 것 같아. 역시 다르긴 달라.”

늙은 장수가 만면의 미소를 머금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연나라 계집들도 미모가 빼어나기로 유명하질 않수. 하지만 미모뿐만이 아니라우. 고운 살결과 부드러운 감촉, 촉촉한 느낌. 밤을 즐기는 맛이란. 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제야 맛보고 있다우.”

이빨이 빠진 장수가 맞장구를 치며 화답했다.

“그리들 좋수. 이 몸도 늙었지만 시황제로부터 하사받은 계집이 있는데 요즈음은 사는 맛이 새롭다우. 어린 계집을 품고 자는 맛이라니. 조금만 젊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든 다우.”

노장군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 어찌 노시기에 노장군께서 그리도 즐겁다하시옵니까?”

“말도 맘세. 어린 것이 착착 감기는 맛은 찹쌀떡 같고 녹녹하게 젖어드는 기분이란 봄날 아지랑이를 밟는 것 같다네. 낭랑한 목소리는 꾀꼬리가 부럽지 않아요. 게다가 한밤에 질러대는 목청하고는 …….죽여준다네. 그려.”

노장군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

“저도 요즈음 새롭게 사는 맛을 배웠답니다. 한왕의 빈을 소실로 맞았는데 밤놀음이 유다르답니다. 나를 기어 다니게 만들지 않나. 때로는 알몸으로 내 등을 타고 오만 잡노릇을 다하는데 매일 신육이 고될 지경이랍니다.”

젊은 장군이 노장군들 사이에서 말했다.

전쟁이 마무리된 마당이라 그들이 할 일이란 내란이 발생치 않도록 하는 것과 아직 불씨가 남아있는 곳들을 소화하는 일 정도였다. 그러므로 거의 매일같이 술과 여자를 즐기는 것 뿐 다른 일들이 없었다.

그러한 분위기는 문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온 나라 안이 축제의 도가니였다.

고을마다 시황제를 칭송하고 흠모하는 글이 나붙었다. 고을의 토호들은 그들의 양식을 내다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며 다투어 시황제를 칭송하는 연회를 마련했다. 문객들을 잘 먹이며 그들로 하여금 지방의 토호들이 얼마나 열심히 충성을 다하고 있는지를 중앙에 알리도록 종용했다.

이렇게 축제의 도가니가 이어지고 있을 때 진시황은 편전으로 군신들을 불렀다. 그리고는 앞으로 어떻게 나라를 통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논의토록 했다.

승상 왕관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시황제 폐하. 제후들을 제압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연나라와 제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사옵니다. 이러한 땅에 왕을 두지 않으면 소요가 발생할 경우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이옵니다. 청컨대 황제의 여러 자제를 왕으로 세워 통치하게 하는 것이 마땅한 줄로 아뢰옵니다.”

그러자 모든 신하들이 입을 맞춘 듯 승상의 뜻을 따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청했다.

진시황이 신하들을 굽어보았지만 누구하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진시황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소 불만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는 색다른 정책을 구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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