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내정설’ 파다, 노조 “낙하산 사장으론 위기극복 못한다” 우려


대전도시공사(이하 공사) 신임 사장에 누가 임명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시 고위공직자 출신 A씨가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관가에 파다하게 퍼진 상황에서, 공사 노동조합은 “낙하산 사장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웬만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공사가 당면한 내·외부 난관을 헤쳐 나가기 어려운데, 시장의 뜻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관리형 사장으로는 위기극복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공사 내부는 박남일 현 사장이 노동조합과 오랜 기간 갈등을 겪으며 내부 소통이 단절됐을 뿐만 아니라,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등 공사가 추진해 온 대형 사업이 좌초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공사는 4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5명의 사장 후보에 대한 검증을 벌였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이날 사장 후보자를 2명으로 압축해 권선택 대전시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권 시장이 이 중 1명을 선택해 시의회 소관 상임위에 통보하면, 의회가 8월 중순께 인사청문간담회를 열고 마지막 검증을 벌이게 된다.

이날 임원추천위원회가 대전시 고위공직자 출신 A씨와 다른 공기업 임원 출신 B씨를 최종후보로 낙점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공사는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27일 사장 공모 마감직후 부터 ‘A씨 내정설’이 파다하게 번져, 예정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장 내정설에 대한 공사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누가 와도 현 사장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수세적인 기대감을 표명하는 부류가 있고, “낙하산 사장으로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적극적 비판론을 펴는 부류가 있다. 노동조합은 후자에 가까운 의견을 냈다. 

박남일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용혁 대전도시공사 노조위원장. 자료사진.

이용혁 공사 노조위원장은 “내부적으로는 20~30년 후퇴한 조직문화를 개선할 포용능력과 갈등조정능력이 필요하고, 외부적으로는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등을 제 궤도에 올려놓을 추진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신임 사장의 덕목을 제시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사장 내정설’에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대전시 국장 출신의 모 인사 내정설이 흘러나와 걱정스럽다”며 “공사의 공공적 역할을 인지하고, 제 목소리를 낼 리더가 필요한 상황에서 시장의 복심만 살피는 사람이 사장이 된다면 이 위기를 돌파해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사는 4일 오후 권선택 대전시장 주재로 열린 ‘공기업·출연기관 운영쇄신 추진보고회’에서 ‘전문기관을 통한 조직·인력진단을 통해 자체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노사 공동 워크숍 등으로 소통문화를 확산시키겠다’고 쇄신방안을 제시했지만, 정작 ‘위로부터의 쇄신’에 무감각하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노동조합의 퇴진압박을 줄기차게 받아 온 박남일 현 사장은 노조가 유성복합터미널 무산 책임을 물으며 ‘출근저지 투쟁’ 등으로 압박수위를 높이자, 집무실을 자물쇠로 굳게 잠가놓고 병가를 신청한 뒤 아예 출근하지 않고 있다. 근무일 기준으로 벌써 일주일째다. 

익명의 공사 직원은 “무너진 자존감이 더 큰 문제”라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종 기관평가에서 1위를 차지해 온 공사에 대한 자부심이 컸는데, 리더의 역할이 이렇게 큰지 정말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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