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상 이사의 개혁정책

이사가 승상자리에 오르면서 시황제의 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연이어 중대정책이 발표되고 그럴 때마다 함양궁에서 지방 군수들에게 내려가는 파발이 갈기를 날리며 내달렸다.

“6국의 문자가 서로 달라 행정에 어려움이 많은 터라 앞으로는 모든 문서를 진나라 문자인 소전체로 통일시키노라. 하여 관료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글을 적을 때는 소전체로 쓰는 것이 마땅하도다.”

엄청난 변화였다. 관료들과 백성들은 시황제의 개혁에 혀를 내둘렀고 큰 변화의 물살이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황제는 각기 달리 쓰고 있던 저울의 추 무게나 곡식을 담는 그릇의 크기 등 도량형을 하나로 통일 시켰다. 또 모든 화폐를 반량전으로 일원화 시키고 이를 강력 시행토록 했다.

수레의 양쪽 바퀴 사이의 거리도 통일시키도록 했다. 이는 숱한 전장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정이었다.

그랬다. 당시만 해도 마차들이 궤적을 따라 달렸다. 숱한 마차들이 달렸으므로 도로에 깊이 팬 마차바퀴 자국을 따라 일반 마차는 물론 전차들도 달렸다. 따라서 적국의 전차가 쉽게 침공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각 나라마다 마차 바퀴 폭을 달리했다. 궤적에 차이가 있어 달리는데 어려움이 많도록 했던 것이다. 그것은 기차 레일의 폭을 달리함으로써 기차가 달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지만 통일제국이 이룩된 마당에 마차의 바퀴 폭이 다르다는 것은 물류의 이동에 장애가 될 뿐이었다. 진시황은 즉시 이사에게 명하여 바퀴의 폭을 하나로 균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시황제는 편전에서 모든 것을 직접 결재하고 있었다.

한번은 내관이 시황제에게 아뢰었다.

“시황제 폐하. 밤이 깊었사옵나이다. 침전에 드심이 가할 줄 아옵나이다.”

“아니로다. 짐이 이 밤 안에 결재해야할 양이 수북이 남았는데 어찌 잠을 잘 수 있겠느냐.”

시황제는 저울 돌로 결재서류의 무게를 달아 밤낮으로 결재해야할 양을 정해놓고 그것을 모두 처리하기 전에는 쉬지 않았다.

내관들이 무희를 들여보냈지만 큰소리로 내몰기 일쑤였다.

“짐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무슨 유희를 즐긴단 말이냐.”

시황제는 매일같이 국사를 돌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런 탓에 편전에서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어전회의가 열렸다.

“짐은 6국이 사용하던 사병들의 무기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고민하고 있도다. 그것을 생각하면 잠이 오질 않는구나.”

그러자 신하들이 앞을 다투어 의견을 개진했다. 일부에서는 군을 다스리는 군수들이 무기를 회수하여 사용토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무기를 회수하여 폐기해야 옳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때 승상 이사가 말했다.

“제후들에게 사용하던 무기가 많다는 것은 혹여 흑심을 품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므로 전국의 모든 무기를 회수하여 통일제국을 이룩한 상징물로 동상을 만들어 후대에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려 되옵나이다.”

진시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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