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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이데올로기를 바꿔야

[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2017.07.06 10:58:41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중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고 놀랄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알려지지 않은 부적절행위가 상당히 많다고 입을 모은다. 교실에서 특정 여성교사를 상대로 남자아이들이 벌였다는 행위는 사실상 심각한 성폭력에 해당한다. 이 행위로 교사와 주변 학생들이 받은 심리적 충격은 쉽게 씻어내기 힘들고, 기억하기 싫은 고통을 가져왔을 것이다.

중학교 학생들의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행위에 대해 어른들은 먼저 우리 주변의 어떤 것들이 이런 상황을 가져왔는지에 대해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중학생 30% “인터넷으로 성인용 영상 시청”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학생들의 행위는 그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이 집단적 부적절행위를 살펴보면 이는 야동이라고 일컫는 음란 동영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짐작하게 하는 여지가 있다. 그 행위의 장소가 교실로 수업 중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 극단적인 성적 일탈행위의 내용을 모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추론도 가능한 것이다.

올해 4월 18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공동발표한 ‘2017년 청소년통계’의 ‘청소년 유해매체 이용 경험률’을 살펴보면 중학생들이 성인용 영상물을 어떻게 접하는지가 드러난다. 중학생들은 성인용 영상을 30,4%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보았고 19.4%가 인터넷 실시간 방송 및 동영상사이트, 19.8%는 SNS서비스, 11%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접했다는 것이다. 통계로도 그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이 사회의 병리현상이라고 보기에는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인정받는 우리의 인터넷과 첨단의 모바일 환경은 이 상황을 부채질하기 십상이다. 아무리 막아보려 해도 현재의 환경에서는 막아내기가 어렵다. 
 
야동은 호기심으로 보기 시작하지만 그 중독성이 무척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야동에 전염되고 나서 청소년은 물론이고 초등학생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위의 통계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 상당수가 성인용 영상물을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이런 영상물 속에서 빚어지는 여러 자극적이고 과장된 내용을 실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해보고 싶은 욕망으로 부적절한 행위가 나타나는 것이다. 시급히 그러한 폐해를 막아야 하는 것은 학교와 기성세대가 해야 할 몫이다.

학생 맞춤형 성교육 프로그램과 교사 성폭력 매뉴얼 만들어야

이 부적절행위가 단지 장난에서 빚어진 행위이든 아니든 지금 우리의 성교육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 성희롱 예방을 비롯한 성교육은 지금 일회성 보여주기 교육에 머물고 있다. 학교에서는 실적을 쌓기 위해 외부 강사를 불러다 일 년에 강의 한 시간 듣는 것이 현재의 성교육이다.

현실과 아이의 성장 수준에 맞는 맞춤형 성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있고, 교육청 차원의 지원책이나 지원기관도 없다. 당장 성교육 프로그램과 교사에 대한 성폭력 매뉴얼을 교육청에서 만들고 더 나아가 전문교육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시청에서 만든 성교육센터는 있어도 교육청이 만든 지원기관은 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교실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의 교실은 시험점수를 중심으로 성적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아이들을 성적과 등급으로 줄 세우는 데만 치중할 뿐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할 덕목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굳이 학교로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는 목적은 무엇일까?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을 학습하기 위한 것이다.

중학생 수업 중 음란행위 사건 교실 이데올로기 바꾸는 출발점 되어야

결국 교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공동체에서 배려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도덕률이다. 지금 배려는 사라지고 오로지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 교실이다. 교실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경쟁과 효율이다. 이것은 ‘나만 잘되면 된다’는 사고로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래침을 교실에 뱉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약한 아이를 괴롭히고, 나보다 성적이 낮은 아이들을 경멸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인 행위를 양심의 가책이 없이 저지른다.

입만 열면 학생들에게 “공부 잘해야지”, “공부 열심히 해라”하면서 오로지 성적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결국 남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배려가 사라지고 만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다른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그런 부적절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가치관을 심어준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 모두는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제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교실의 이데올로기가 되어야 한다. 공자가 아끼는 제자인 자공이 물었다. "한 마디 말로서 일생 동안 그것을 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그것은 서(恕)다.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강요하지 말아라." 예수 또한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라고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논어와 신약성경의 말씀이지만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들린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교실에서 그러한 부적절행위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번 사건이 우리 교실의 이데올로기를 바꾸기 위한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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