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부실감사, 감사관실 감사해야” 비판 목소리

유성복합터미널 사업무산과 관련, 고종승 대전시 감사관이 대전도시공사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대전시 감사관실이 유성복합터미널 무산과 관련, 대전도시공사를 상대로 전격적 감사를 벌였지만, ‘솜방망이 처벌, 꼬리 자르기 감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을 벌인 도시공사의 총체적인 관리소홀을 지적했으나 단 한 명의 실무진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임기가 1개월 남은 박남일 사장에게만 경미한 징계인 ‘경고처분’을 내리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남일 도시공사 사장에 대한 ‘경고처분’을 결정하면서 박 사장을 단 한 차례도 면담하거나 심지어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 등 부실한 감사를 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고종승 대전시 감사관은 6일 오후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유성복합터미널 사업협약 해지 관련 감사를 벌인 결과, 대전시 행정 신뢰를 크게 실추시킨 총체적인 책임을 물어 박남일 도시공사 사장에 대해 ‘경고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관실의 처분 요구가 도시공사 이사회에 접수되면, 곧바로 이사회가 소집돼 박 사장에 대한 징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박 사장의 임기가 1개월 남짓밖에 남지 않아 실질적인 감사처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박 사장에 대한 직접적 조사 없이 이뤄진 조치이기에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감사처분 대상자인 박남일 사장을 직접 대면조사 했느냐”는 <디트뉴스> 질문에 고 감사관은 “박 사장이 병가를 낸 상태기 때문에 직접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간접적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감사관실은 박 사장과 전화통화 조차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시 감사결과 발표 직후, 박 사장은 “감사관실로부터 전화조차 받은 사실이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기에 징계를 당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관실은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감사를 벌였다.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감사에 착수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감사결과 발표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결과물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감사관실에 따르면, 도시공사는 지난 2008~2009년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을 검토하면서 사업성이 불량해 대전시 위탁·대행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불과 4개월 뒤인 2010년 토지조성원가를 107%로 상향 조정해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자체사업으로 방향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후 행정절차를 소홀히 해 1년 8개월의 추진 일정이 지연됐다. 또한 도시공사는 자본투자사인 KB증권의 탈퇴 등 롯데컨소시엄의 내부 붕괴를 파악하지 못했고, 나중에 이를 알게 됐으나 대전시 관련부서에 통보하지 않는 등 사업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전시 공무원과 도시공사 관계자 등은 언론취재에 응하면서 “사업이 정상추진 되고 있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르게 취재에 응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전시 감사결과에 대해 지역 언론은 왜 실무진에 책임을 묻지 않는지, 박남일 사장의 징계수위를 결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박 사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왜 벌이지 않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 물었다.

이에 대해 고 감사관은 “대전시 위탁·대행사업이 아니기에 시 교통건설국 등을 직접 감사하긴 어려웠다”며 “도시공사의 업무소홀과 관련해 여러 문제가 발견됐지만, 박 사장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 감사관은 “향후 롯데건설이 제기할 50억원 보증금 몰취 소송도 고려했다”고 발언, 논란의 불씨를 남기기도 했다. 대전시 감사결과가 도시공사와 대전시 귀책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경우, 롯데와 소송전에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어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고 감사관의 언론브리핑을 지켜 본 상당수 출입기자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전시를 오랜 기간 출입한 한 중견급 기자는 “임기 1개월 남은 감사관이 임기 1개월 남은 도시공사 사장의 내년 연봉을 삭감하는, 이상한 감사 결과를 냈다”며 “감사관실을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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