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황명으로 전국의 모든 무기를 거두어 그것을 녹인 다음 12개의 동상을 함양궁 앞에 세우게 했다.

“짐은 6국 제후의 식솔들이 아직 그곳에 남아 있다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바가 아닐 수 없도다. 그들이 뜻을 모은다면 또다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도를 찾도록 하여라.”

신하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방도를 건의했다.

“그들을 모두 함양으로 불러들여 중앙 관리들이 직접 감시토록 함이 가할 줄 아뢰옵니다.”

이 말에 진시황은 12만호의 지방 토호들을 함양으로 이주시켰다. 물론 그들 가운데 시황제의 령을 거역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참형으로 다스려졌다.

때문에 누구도 거역하지 못한 채 함양으로 이주해야 했다.

정신없이 한해가 가고 기원전 220년이 되었다.

정말 시황제는 그동안 무슨 일을 하며 살았는지 모를 만큼 바쁜 일상을 보냈다. 한눈팔 겨를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를 지근에서 지켜봐온 낭중령 조고였으므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황제 폐하. 폐하의 쉼 없는 노력으로 제국이 많이 안정되었나이다. 이제는 어디를 둘러봐도 모난 곳이 없어 보이옵나이다.”

“음. 그리 생각되는가?”

“그러하옵나이다. 따라서 시황제 폐하께옵서도 선왕들처럼 황후를 맞으심이 어떠하실지…….”

“뭐라. 황후를 맞아?”

시황제의 말꼬리가 올라갔다.

“그러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낭중령 조고가 머리를 조아렸다.

“그대는 짐과 그토록 오랜 기간 함께 했으면서 짐이 황후를 맞지 않는 까닭을 모른단 말이냐?”

“시황제 폐하. 어찌 모르겠나이까. 하지만.”

“됐느니라. 내게 황후는 필요치 않느니라. 고래로 선왕들께옵서 왕후를 두셨지만 그로 인해 골머리를 앓은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모습을 보고 내 무슨 연유로 황후를 둔단 말이냐. 다시는 재론치 말지어다.”

시황제는 잘라 말했다.

그렇다. 시황제는 진왕시절부터 왕후을 맞지 않았다. 그의 삶 속에서 여인은 없었다. 사랑도 없었고 애정도 없었다. 다만 노리게 로서의 여성만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어머니 조희의 영향이 컸다.

“다만 오늘은 짐이 적적하도다.”

시황제가 적적하다는 말을 입 밖에 낸 것 또한 오랜만이었다. 조고를 분위기로 보아 궁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급히 상궁을 시켜 간택한 궁녀를 침소에 들여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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