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의 취향을 잘 아는 낭중령 조고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궁녀들을 골라 순번을 정해 놓았다. 그가 선택하는 궁녀는 나이가 어리고 아직 때 묻지 않아야 했다. 또 한 번 침소에 든 계집은 시황제의 주문이 없는 한 다시 찾지 않았다. 순번이 정해진 궁녀는 언제 어느 때고 침소에 들 수 있도록 깨끗이 씻고 시황제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므로 하시라도 시황제의 뜻이 있는 듯 하면 궁녀를 침소에 들여보냈다.

물론 침소에 들기 직전에는 상궁이 먼저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흑심을 품고 시황제를 시해하지는 않을 것인지. 혹은 몸 깊은 곳에 흉기를 숨기지나 않았는지 세밀하게 살폈다.

그런 다음에는 낭중령 조고가 직접 불러 재차 살폈다. 그는 궁녀가 해야 할 도리에 대한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무슨 말을 물어도 이름 석 자 외에는 가벼이 말하지 말 것, 심기가 불편케 하지 말 것, 기를 너무 쇠하지 않도록 할 것, 다음날 집무에 영향이 없도록 할 것, 시황제와 나눈 대화는 자신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발설치 말 것 등이었다.

나인들이 기천 명에 달했으므로 수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네 이름이 뭔고?”

시황제는 술잔을 기울이며 나비처럼 사뿐히 걸어 들어오는 계집을 보고 물었다.

“소녀 옥희라 하옵나이다.”

“그래?”

시황제가 가냘프게 생긴 계집을 향해 빈 잔을 내밀었다.

“시황제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옥희는 무릎을 꿇고 다가가 술을 따랐다.

“옥희라고 했느냐. 이리 가까이 오너라.”

황촛불에 빛나는 계집의 까만 눈알이 반짝였다. 살빛이 유난이 희어 보였다. 물론 분을 발라서 희게 보이는 것도 있겠지만 천성이 흰 살결을 지닌 계집이었다. 붉게 물든 볼은 톡하고 퉁기면 쨍하고 금이 갈 듯 팽팽했다. 피부는 참기름을 바른 듯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입술은 비 맞은 앵두처럼 빛났다.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뽀얀 살 무덤이 얇은 옷깃 사이로 들여다보였다.

계집의 피부에 비하면 자신은 이미 늙어가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넉넉한 궁중에서 만백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술잔을 받기위해 내민 손이 거칠어져가고 있었다.

피부는 거머퇴퇴하게 변색되고 손에 난 체모는 윤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시황제는 서른아홉이란 세월을 살았지만 어린 계집을 보며 젊음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늙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느냐? 너처럼 말이다.”

시황제가 흘러가는 말처럼 한마디 흘렸다.

“시황제 폐하. 늙지 않고 사는 방법이 왜 없겠나이까? 시황제 폐하의 엄명이라면 그런 명약도 구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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