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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뉴스 창간 16주년 특별기고> 친구

[이광희 중편소설] Ⅱ. 돌고래의 꿈-2

이광희2017.07.10 09:14:10

▲이광희 作.

지나는 자동차는 보이지 않았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뜨거운 열기와 붉은 모래바람이 전부였다.
“요기라도 하자.”
오원장이 차에 실려 있던 간식을 다시 뒤졌다. 곧이어 마른 빵과 버터 그리고 치즈크림, 과일이 담긴 통을 보자기 위에 내렸다. 과일 잼도 보였다.
“사막에서는 사막의 맛을 봐야지.”

오 원장은 ‘난’이라고 불리는 퍽퍽한 밀가루 빵을 찢어 김 사장과 박 교수에게 나누어주었다. 점심요기로 먹어야 할 정량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식식거렸던 탓에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았다. 입속에서만 맴돌았다.
“기분 풀고 방법을 찾아보자.”
“그래. 김 사장 미안해. 오원장 말대로 방법을 찾아보자”
박교수가 좀 전과 달리 말소리를 누그러뜨리며 화의를 표했다.
“알았어.”
김 사장은 분이 들 풀린 표정으로 옆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정오가 가까웠다. 열기가 턱밑까지 치밀어 올랐다.
온몸이 땀으로 눅눅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차의 시동을 걸어둘 수는 없었다. 나란히 앉아 퍽퍽한 난 조각을 들고 오물거렸다. 빵을 씹을 때마다 모래가루가 지근거렸다. 버터와 치즈크림 그리고 과일 잼을 곁들였지만 입맛을 살리는 음식은 아니었다. 그나마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소함과 담백함이 그들의 입맛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었다.

“쉬었다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해보자.”
“그래 있는 힘을 다해 밀면 빠져나올 수 있을 거야.”
“.........”
“이번에는 김 사장이 힘 좀 써 봐.”
“알았어.”

요기를 끝내고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에는 오원장이 운전대에 앉고 박 교수와 김 사장이 뒤에서 밀었다.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동차의 아랫부분이 모래톱에 배를 붙이고 있었다. 헛바퀴는 모래만 더욱 깊이 파냈다.
헛일 이었다.
세 사람은 가쁜 숨을 토하며 차량의 그늘에 나란히 앉았다. 다리에 힘이 빠져 더 이상 밀어붙이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오후 2시가 지나고 있었다. 사막의 그늘 너머로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50도에 가까운 열기가 훅훅 밀려왔다. 고글을 걷어 올리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얼굴에서 모래먼지가 서걱거렸다. 각자 말없이 앉아 있었지만 내심 고민이 깊어가고 있었다.
가장 초조해 하는 것은 박 교수였다. 그는 시계를 연신 들여다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너머다 보기도 하고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손바닥을 마주 비볐다.
“이러다 오늘 못 돌아가는 거 아냐?”

박 교수가 그 자리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일은 없어야지. 그럼 일이 복잡해 질 테니까.”
오원장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방법을 찾아보자. 해지기 전에는 돌아가야지. 무슨 수가 나더라도…….가이드가 말했잖아. 어떻게든 해지기 전에 돌아오라고. 맹독성이 강한 도마뱀도 있고 코요테도 나타난다잖아. 밤에는 전갈에 쏘일 수도 있다 잖아. 그런 밤을 어떻게 보내냐.”
“누가 모르냐. 갈 방법을 찾지 못해서 그러는 거지.”

박 교수가 촉을 바짝 세웠다. 새파랗게 질린 표정이었다. 맹독성 도마뱀과 전갈이란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쪼그리고 앉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또 왜들 그러냐. 얼굴 붉힐 시간에 방법을 찾아봐.”
오원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단호한 말투였다.

“혹시 오늘 사막에서 밤을 새울 수도 있어. 그러니까 땔감이라도 준비해놓자. 주변을 살피면 나뭇조각이라도 있을 거야. 나무가 없으면 풀뿌리라도 구해놓자. 어서.”
오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글을 착용했다.
“그래, 오원장과 내가 땔감을 주어오지.”

김 사장이 오 원장을 따라 나섰다. 그들은 모래언덕을 가로질러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야자수그루터기로 갔다. 그 나무는 랜드 마크처럼 사막 한가운데 홀로 버티고 서있다 어느 순간 말라 죽어 그루터기만 솟아 있었다. 모래가 발목까지 차올랐다. 모래바람에 패인 풍문이 아름다웠다.
그들은 마른 나무뿌리와 풀뿌리가 흩어진 와지를 오가며 그것들을 모았다. 풀뿌리와 나무뿌리들은 너무나 건조한 탓에 바짝 말라 있었다. 노인의 머리카락처럼 힘없이 부서졌다. 야자수의 단단한 몸통은 손도끼로 쪼개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약간의 부스러기만 떨어졌다.

사막에서 땔감을 구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궂은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물론 간간이 부는 바람이 있어 열기를 식혔지만 그 또한 50도를 넘는 지열에는 소용이 없었다.

“박 교수 저 친구는 학교 다닐 때부터 깐깐했잖아. 애자식이 융통성이 없어. 내가 차를 그렇게 몰고 싶어 몰았나.”
김 사장이 풀뿌리를 찾으며 오 원장을 향해 말했다.
“맞아. 고삐리 때부터 애자식이 깐깐했어. 그리고 더 빨리 몰라고 한 놈이 박 교수야.”
오원장이 불을 질렀다.

“그렇지, 저 자식이 더 빨리 밟으라고 했잖아. 그래놓고 빠지니까 다 떠넘기고 있어. 비열한 자식.”
오원장이 편을 들어주자 김 사장은 그동안 서운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성격이 더러운 놈이야. 치사하고. 언제나 저는 잘났어. 똑똑한 놈들의 특징인지 모르지만 나는 저런 놈은 트럭으로 실어다 주어도 싫어. 솔직히 오 원장 아니었으면 저놈 하고는 안 왔을 거야…….”
김 사장이 거품을 물었다.

“박 교수가 좀 그런 면이 있어. 학교 다닐 때 튀자고 해놓고 저만 쏙 빠져서 우리 둘이 교무실로 끌려가서 뒤지도록 맞았잖아.”
“맞아. 그때 알아봤어. 그때도 자기가 먼저 튀자고 해놓고…….애자식이 대단히 이기적이야. 자기가 한 것은 다 옳고 다른 사람이 한 것은 못마땅해 하는 놈이야.”
김 사장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더욱 식식거렸다.

“이번에도 붉은 사막에 오자고 고집을 세운 것도 박 교수였어.”
“그래? 나는 오 원장이 이곳에 오자고 한줄 알았는데.”
김사장은 오원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의외의 답변이란 표정이었다.
“아냐. 박 교수가 붉은 사막은 꼭 가봐야 한다고 강력히 추천해서 그러자고 했지.”
오원장이 말을 흐렸다.

“그 봐, 오늘 얘기지만 고삼 때 담배 피다 담임선생님께 걸렸을 때 저 자식만 배신 안했으면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
김 사장이 멀리 박 교수가 있는 쪽을 넘어다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얘긴데. 금시초문이야.”
“너하고 나하고 무지하게 맞았잖아. 꼴통 이 샘한테.”
김 사장이 나뭇조각을 주어들고 때리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이광희 作.

 

“그랬지. 그날 담배 피웠다고 맞은 거 아냐?”
“저 자식이 우리 꼬박은 거잖아. 이 샘한테. 우리가 담배 피웠고 저는 안 피려고 했는데 너하고 내가 억지로 시켜서 한 모금 빨았다고…….”
“그래서 그날 우리 둘만 맞은 거야?”
“그렇지. 저 자식은 머리만 한 대 쥐어 박히고 말았잖아. 우린 빠따를 맞고. 그게 다 저 자식이 꼬박았기 때문이라니까. 내 가방에 담배 들어 있다는 것까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
“눈치 보면 모르겠냐. 그날 눈치로 알아챘는데 저 자식 인생이 불쌍해서 참았다. 너는 몰랐구나.”
“나는 눈치가 없었잖아. 그래도 박 교수한테 내색하지 말자.”
“알았어. 더러운 자식.”

그들은 나뭇조각을 한 아름씩 안고 지프차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박 교수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표정이었다. 자동차 주변을 다 긁어내보았지만 모래지반이 약해 차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태양만 작열했다. 물을 한 모금 씩 돌려 마셨다. 김 사장과 오 원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른 척했다.
“전화라도 돼야 구조를 요청하지. 통신이 안돼야 한다고 빡빡 우기더니 꼴좋다.”

박 교수가 눈을 홀기며 혼잣말처럼 주절거렸다.
“누구한데 말하는 거냐?”
김 사장이 다시 발끈했다.
“누군 누구냐, 이번 여행은 통신이 안 되는 지역으로 가야한다고 한사람이 지. 누군지 잘 생각해봐.”
박 교수가 톡 쏘아붙였다.
“뭐라고, 그럼 내가 그랬다는 거야?”

물론 김 사장이 그렇게 요구했다. 결재에 눌려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그 때문에 통신이 되지 않는 사막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붉은 사막으로 오자고 한 것은 누구냐. 허고 많은 사막 중에 왜 하필이면 붉은 사막이냐. 그래서 이 모양이 된 거지.”
이번에는 김사장이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지금 나한테 원망을 돌리는 거냐?”

박 교수가 눈을 부라리며 김 사장을 노려봤다. 그가 못마땅하다는 것이 표정에 묻어 있었다.
“왜들 그러냐. 이미 벌어진 일을 가지고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야지. 좀 쉬었다 다시 생각을 해보자.”
오원장이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두 사람 사이를 다시 가로막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 사장이 뜨는 소처럼 식식거리며 차에 올랐다. 곧이어 시동을 거는 소리와 함께 신경질적으로 액슬레이트 페달 밟는 소리가 요란했다. 배기구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엔진 굉음이 터질 듯이 요란하게 번졌다.

오원장과 박 교수가 뒤에서 몸으로 차를 미는 시늉을 했다. 차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헛수고였다.
“그만해, 지나가는 차를 잡는 수밖에 없어.”
박 교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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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디트뉴스24 사장·소설가

이광희 소설가는 지난 1997년 구인환 선생과 윤병로 선생의 추천으로 천료되었으며 저서로는 장편소설 <붉은새> 상·하, <청동물고기> 1·2·3권, <소산등>, <문화재가 보여요>, <충청혼맥> 등이 있다. 현재는 본보에 연재소설 <진시황과 여>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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