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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엠바고 파기' 누구 책임일까?

[디트의 눈] 충남도의회 사전 보도자료로 ‘물먹은 기자’ 된 사연

안성원 기자2017.07.10 15:47:30

▲충남지역의 한 지역인터넷 언론 홈페이지. 노란 박스 안을 보면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충남도의회 제297회 임시회 5분 발언이 오전 11시 15분에 보도된 걸 확인할 수 있다.


10일 오후 2시 충남도의회 제29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시작했다. 본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2시 51분 현재, 정광섭 도의원이 ‘안면도 77번 국도 4차선 확포장 서둘러야’라는 제목으로 5분 발언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같은 시각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이미 이 내용이 보도돼 있다. 정 의원뿐 아니라 이날 5분 발언을 한 5명 도의원의 기사가 모두 올라가 있는 언론사도 눈에 띈다. 심지어 시간도 본회의가 열린 오후 2시보다 3시간여 빠른 오전 11시 15분에 출판된 기사도 발견된다.

도의회 홍보팀에서 사전 배포한 보도자료가 그대로 사용된 것이다. 보도자료를 보낸 메일에는 ‘오후 2시 이후부터 사용해 달라’는 협조문이 담겨있지만, 일부 언론사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보도자료란, 행정기관 및 민간기업 등에서 언론 보도용으로 발표된 성명이나 문서, 사진 등의 자료를 말한다. 즉, 기자들이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가공된 ‘정보’다. 

언론에서는 이를 가공하거나, 의미가 있는 자료일 경우 따로 취재해 기사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은 제목만 살짝 고치거나 아예 그대로 내보내기도 한다. 

언론이 차별성을 잃어버리고 획일화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다. 부끄럽지만 기자 역시 보도자료를 활용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보도자료를 발송하는 주체는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보도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현장의 기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출입처의 보도시간 제한요청(엠바고)에 협조했고, 시간에 맞춰 현장에서 성실히 취재하려 했더니 떡하니 이미 몇 시간 전에 다른 매체에서 기사가 올라가 있다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흔한 말로 졸지에 ‘물 먹은(낙종한) 기자’가 된 셈이다. 출입처와 취재원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기자들은 물 먹고, 아랑곳 않고 보도한 기자는 ‘발 빠른 보도’에 성공했다. 이게 반복된다면 이번에 물 먹은 기자가 다음에 도의회가 보도시간 제한요청을 할 때 협조할 이유가 있을까?

가장 근본적인 책임은 협조문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보도한 해당 언론사 기자에게 있다. 어느 세계나 상도덕(商道德)이 존재한다. 이를 무시하면서 그 세계에서 존중받길 바라는 건 이기심일 뿐이다. 

누워서 침 뱉는 격이긴 하지만, 이들의 자성이 최우선으로 선행돼야 한다. 정도를 벗어난 무차별적 보도 경쟁은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공멸의 길일 뿐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3시간 전에 보도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한편으로는 도의회 홍보팀의 행정편의적인 보도자료 제공도 이런 현상을 거들었다고 본다. 보통 다른 기관들은 이럴 경우 해당 언론사에 경고조치를 하고 누적되면 보도자료 제공대상에서 퇴출시킨다. 아니면 보도자료를 회의가 시작된 2시 이후에 발송해도 된다. 

언론의 각성과 함께 홍보담당부서의 책임 있는 노력을 주문하고 싶다. 이번 일로 통화한 도의회 한 관계자는 “조치해 보겠다. 만나서 시간을 지켜달라 이야기 하겠다”고 답했다. 부디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충남도청 기자실이 리모델링과 함께 지정석 폐지 등 혁신을 추진하려 한다. 언론계에 만연한 특권의식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도의회 역시 이번 기회에 어떤 방법이 언론과의 관계를 발전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 고민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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