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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트램과 ‘침묵의 카르텔’

[기고] 김창수 대전대 정외과 초빙교수

편집국2017.07.11 11:39:16

▲대전트램 홍보영상의 한 장면.

얼마 전 페이스북을 열다 우연히 대전시가 벌이고 있는 트램 디자인 공모전을 보게 됐다. 전국 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트램차량 외형 도안에 대한 응모작품을 접수해 총상금 2000만원 규모로 시상을 하는 이벤트였다. 말하자면 SNS상에 이런 공모전을 올려 대전이 트램 선도도시라는 위상을 세우고, 이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이 홍보광고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댓글란에는 예상과는 달리 트램 건설에 반대하거나 비아냥하는 글이 빼곡이 올라 있었다. 단순한 악플 차원이 아니라 홍보에 호응하는 글은 찾기 힘들었고, 개중에는 조목조목 반대논리를 편 글도 눈에 띄었다.

대전시가 현재 가장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책사업이 안타깝게도 SNS상으로는 전국의 조롱거리가 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더라도 대전도시철도 2호선사업은 당초 계획했던 시범사업이 중단되거나 무산되고 있고, 더 나아가 본 노선사업도 빨간불이 켜져 있는 것 같다.

페북 대전트램 디자인 공모전에 트램 건설 반대 글 빼곡

▲김창수 대전대 정외과 초빙교수

대전시는 2014년 말 도시철도2호선의 건설방식을 노면전철인 트램으로 바꾸면서 2020년 개통을 목표로 제시했다. 권선택 시장 취임 후 전임 염홍철 시장이 지상고가방식으로 중앙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받아 놓은 것을 자신의 공약대로 트램방식으로 뒤집은 것이다. 권 시장의 말을 빌리자면 “도시정책의 패러다임과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대전미래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트램을 건설하겠다는 의욕에 찬 약속이었다.

대전시는 이어 지난해 4월 최종 노선을 확정하기 앞서 도시철도 소외지역이었던 대덕구와 유성구 주민에게 스마트트램이란 이름의 시범사업을 선물로 내놓았다. 동부네거리~중리네거리~동부여성가족원 사이의 2.7㎞구간을 A라인으로, 충남대~유성온천역~원골네거리에 이르는 2.4㎞구간을 B라인으로 각각 446억원과 415억원의 예산을 들여 스마트트램을 깔겠다는 약속어음을 발행한 것이다.

그러면서 A라인은 시비 자체사업으로, B라인은 국비공모사업으로 2018년 개통을 추진하겠다고 철석같이 다짐했다. 도시철도2호선 노선문제로 소외감을 느껴왔던 대덕구와 유성구주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음은 물론이다. 덩달아 이들 지역의 집값도 들썩였다.

대전 도시철도2호선 본 노선조차 불확실성에 싸여 있어

그러나 최근 대전시측은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이들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 A라인의 경우는 국회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법적,행정적 뒷받침이 어려워졌고, B라인의 경우 역시 공모사업 발표가 나지 않아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최근 국토교통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업무보고한 내용을 보더라도 ‘무가선 트램 시범도입사업’은 수도권부터 실시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보더라도 우선순위에 밀려나 있고 대전트램은 대통령공약사업에도 제대로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말이 좋아 스마트트램이고 시범사업이지 부족한 시재원에 500억 가까운 규모의 예산투입을 섣불리 발표할 때부터 의문을 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2호선 본 노선조차 불확실성에 싸여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국비를 끌어들여야 하는 도시철도사업의 가장 큰 관문은 뭐니뭐니 해도  예타 통과 부분이다.

당초 도시철도2호선 사업은 2012년 11월 총연장 28.6㎞, 지상고가 건설방식으로 건설비 1조3617억 규모로 예타가 통과됐었다. 예타는 정부의 지원이 포함되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에 대한 경제성과 정책성 분석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정부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이 이에 해당된다. 통상 BC(비용편익분석)가 1.0이상이어야 하는데,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예타에 각각 통과되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타를 실시하는데 예타기간만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현재 대전시측은 2호선 사업이 5년전 이미 예타가 통과 됐을 뿐 아니라 예산규모도 총6649억원으로 줄어든 만큼 재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관계부처 담당자들은 “대전시의 희망사항 일뿐”이라는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업의 본질적 성격이 고가 경전철에서 지상 노면전철로 180도 바뀌었기 때문에 경제성, 즉 비용편익분석을 다시 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들이다.

전문가들은 트램의 경우 건설비는 ㎞당 200억~240억원으로 고가방식의 ㎞당 400억~500억원보다 절반가량 드나, 운행시의 경제성은 오히려 떨어져 BC판정에 불리하리라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칼자루를 쥐고있는 국토교통부나 기재부가 예타절차를 요구할 경우 대전시로선 이를 거부할 뾰죽한 명분도 대책도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시장이나 담당자들은 예타를 면제받았다는 식으로 대꾸하고 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서울·인천·전주 등 트램 시도했다가 모두 포기

한편 현재 오정동~세종시간의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운행에서 보듯이 도로가 축소된 오정동 공구상가의 경우 상권이 오히려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나 트램건설시 노선통과주변 상권이 활성화된다는 선전은 믿을수 없게 됐다.

이밖에도 한 도로에 트램과 함께 버스 택시 승용차등이 뒤섞일 경우 예상되는 교통혼잡은 상상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으며 운수업계의 반발도 뻔히 예상된다. 트램은 또한 정시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낮은 속도도 문제이다. 철도전용 노선방식이 아닌 기존도로에 트램을 까는 경우는 도심에서 시속18㎞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현재의 대전시내버스의 평균속도 19㎞와 비슷하고 고가 경전철 38~40㎞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램의 대표도시들인 멜버른 상트페트르부르그 암스텔담 파리 바르셀로나 등지도 최근 지하철이나 경전철을 확장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들 도시의 트램은 과거 전차를 트램으로 부활시켰거나 시 외곽에 설치돼 있지 도심지역에는 거의 없다. 최근 국내에서 서울 인천 전주등지에서 트램을 시도했다가 모두 포기했다. 특히 전주는 100억원이상을 들여 기본설계까지 들어 갔다가 시민들의 반대로 손을 들었다고 한다.

광주시는 지난4월 도시철도2호선 실시설계계획을 공고하면서 내년2월 착공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총연장41.9㎞의 노선으로 2조579억원(국비60%, 시비 40%)이 투입되는 이 사업으로 광주시는 1조8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 8천억원 부가가치효과, 1만8천명 고용유발효과를 거두며 연간 1800억원의 교통혼잡비용울 절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도시철도 건설 프로젝트 하나가 일자리창출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이렇게 큰 것이다.

반면 대전시는 2002년부터 도시철도2호선이 추진됐지만 15년이란 세월이 경과한 지금까지 첫삽을 언제 뜰지 오리무중이다. 시장이 3차례 바뀔 때마다 건설방식이나 노선이 오락가락하다 여기에 이른 것이다. 만일에 트램이 예타에 걸리거나 아니면 개정 법령이 끝내 통과가 안돼 사업이 무산될 경우 매몰비용등 그 손실은 엄청날 것이다. 현재 트램건설계획이 1차 2020년이었다가 2025년으로 늦춰졌지만 이 마저도 안 될 경우 대전도시철도2호선은 완전 미궁에 빠지게 된다.

대전지역 국회의원이나 구청장들도 ‘침묵의 카르텔’에 가세

<디트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대전시가 자체적으로 낸 용역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뿐만 아니라 본 사업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얘기이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지역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선 이렇다 할 문제제기나 비판의 목소리가 없다. 언론도 조용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있었다면 지난달 6일 대전참여연대가  보도자료를 통해 트램시범노선건설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라는 성명을 내고, 시의회가 며칠후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소관사항 질의를 통해 ‘솜방망이’를 휘두른 것이 전부이다. 왜 그런가. 도시 전체가 침묵의 주술(呪術)에라도 걸린 것인가? 그 사이 시장과 공무원을 비롯 시의원, 기자단은 트램선진도시 견학차 수차례 외국을 다녀왔다.

누구보다도 이런 사정을 훤히 알고 있을 대전지역 국회의원이나 구청장들도 ‘침묵의 카르텔’에 가세하고 있다. 단지 150만 대전시민들만 ‘대전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트램이 개통될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오늘도  TV광고와 대전시 홈페이지, 시내 전광판에서 “대전의 꿈, 대전의 미래” 트램이 도심속을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는 홍보동영상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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