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는 조금은 가빠오는 숨을 조절하며 조용히 누워있었다.

계집은 온몸으로 어루만지길 여러 번을 반복했다. 역시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혈을 짚어주었다.

시황제의 머릿속에서는 잔잔한 가운데 기운이 일었고 수시로 낙뢰가 떨어졌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는가 싶으면 이내 얼음처럼 차지기를 반복했다. 천둥이치고 숨이 막다른 골목까지 치달았다.

그제야 계집이 시황제의 금장도를 뽑아 높이 쳐든 다음 칼집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생살을 찢는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한동안 천하가 요동질을 쳤다.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침상도 술상이 마련된 탁자도 제 마음대로 움직였다.

금잔이 탁자 밑으로 떨어져 방안을 굴러 다녔다.

침실의 문풍지가 요란하게 울었다.

“실로 오랜만에 회포를 푸시는구먼.”

문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낭중령 조고가 혼잣말을 했다.

그 큰 침전의 뿌리 흔들리는 소리가 이른 새벽까지 계속됐다.

□ 순행

새싹이 파릇하게 물이 오른 이른 봄이었다. 오랜만에 시황제가 함양궁을 나섰다. 전국을 순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여러 달이 지난 뒤였다.

그동안 궁에서는 숱한 논의가 있었다.

시황제는 자신이 정복한 땅을 직접 둘러보고 싶다고 역설했지만 신하들은 상황이 좋지 않으니 시일을 뒤로 늦추자고 제안했다.

“시황제 폐하. 비록 천하가 통일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도처에 있는 반역의 잔당들이 모두 소탕된 것이 아니며 곳곳에서 그들의 활동상이 미진하나마 접보되는 상황인 만큼 궁 밖으로 행차하심은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 되옵나이다.”

신하들은 하나같이 시황제의 순행을 뒤로 미루어 달라고 주문했다.

게다가 아직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이라 기대만큼 순조로운 순행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신하들이 뒤로 미루어 줄 것을 요청한 이유였다.

여러 달을 미루어오다 드디어 이른 봄 행차에 나섰다.

시황제가 먼저 순행 길로 잡은 것은 북지와 농서 등 옛 진나라 땅이었다. 그곳은 진왕조가 최초로 뿌리를 내렸던 곳이므로 조상들께 감사의 제의를 올리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정복한 6국의 땅은 아직 평정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탓도 있었다.

승상 이사는 그동안 시황제의 순행에 앞서 모든 것을 점검했다.

그가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도로의 개설이었다.

“태위께서는 전 군을 동원시켜서라도 도로 닦는 일을 도와야 할 것이며 인력이 부족하면 지나는 길목의 백성들에게 부역을 맡겨서라도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이 일은 절체절명의 과제이니 차질 없이 내년 봄 이전에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사는 군신들에게 각자의 임무를 부여하고 회의를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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