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군신들은 서둘러 파발을 보냈다. 그리고 지나는 길목의 백성들은 전원 동원시켰다.

졸지에 부역에 동원된 백성들은 달빛을 횃불 삼아 도로를 닦았다. 튀어나온 부분을 평탄하게 정리하고 구부러진 곳을 바로잡았다.

백성들은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고 처음으로 자신들의 고장을 지난다며 힘든 줄도 모르고 나와 부역을 하였다.

여기저기서 영차소리가 번져갔다. 수레에 흙을 파다 날랐고 군마들은 나무를 끌며 도로의 평탄작업을 서둘렀다.

도로를 만드는 작업은 날이 가고 달이 기울 때까지 계속됐다.

우선적으로 함양궁에서 가까운 지점부터 만들어졌으며 그다음으로 연이어 작업이 진행됐다.

옛 진나라 백성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시황제의 것이었으므로 그들은 흔쾌하게 그 일을 감내해주었다.

“우리는 주인국의 백성일세. 어떤 나라 백성보다 더욱 성심성의 껏 시황제를 모셔야 할 것이야.”

백성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훌륭하게 일을 치뤄 냈다.

이때부터 전국에 황제의 전용도로인 치도가 만들어졌다. 동쪽으로는 옛 제나라와 연나라 땅 끝까지, 남쪽으로는 오나라와 초나라의 옛 땅까지 폭 50보(步)에 6필의 말이 한꺼번에 내달릴 수 있도록 길이 닦여졌다. 그리고 3장(丈)마다 푸른 소나무 가로수를 심었으며 누구나 달릴 수 없도록 도로 양옆에 토담을 쌓았다.

요즈음 수치러 말하면 폭이 35m의 도로에 6m마다 한그루씩 가로수가 심겨진 셈이었다.

이토록 장대한 도로를 만들었으니 백성들의 생활이 오죽했겠는가.

백성들은 고달프기 이를 데 없었다. 옛 진나라 백성들은 그런대로 지배국 백성이란 점에서 자부와 긍지가 있었지만 피지배국이 되어버린 6국의 백성들은 대단히 고달픈 노역이었다. 군사들의 채찍을 맞으며 도로 닦는 부역에 참여해야 했다. 그 부역은 한두 달에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농번기를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전 백성이 부역에 참여했다.

그러다보니 부역장에서 죽는 이들도 많았고 진나라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곧 죽음이었다.

“나라 없는 백성은 서러운 법이여.”

부역에 끌려나온 백성들은 하나같이 푸념을 했다.

“누가 아니라오. 좋으나 싫으나 내 나라가 있을 때 인간이지 나라가 없으니 인간이 아니구먼. 개돼지지.”

그들은 허공을 향해 긴 한숨을 내몰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 시황제의 순행 행렬이 황궁을 나섰다.

행렬은 그야말로 장대했다. 가장 앞에 장검과 화사한 장식을 단 공거사마령이 호위했고 이어 시황제를 알리는 검은 깃발이 뒤를 따랐다. 또 그 뒤로는 중앙의 9경과 지방의 36군을 대표하는 깃발이 장대 끝에 매달려 펄럭였고 나발과 바라 등으로 이루어진 취타대가 화려한 복식을 입고 따랐다. 시황제가 탄 마차를 중심으로 앞과 뒤 그리고 양 옆으로는 8천의 황군들이 그를 호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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