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사 임원 복무규정 ‘징계중인 임원, 의원면직 불가’

권선택 대전시장(왼쪽)과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사장. 자료사진.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표가 곧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도시공사 임원복무 규정상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임원의 의원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박 사장 사표를 곧바로 수리하면, 시장이 산하 공기업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12일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사장의 사의표명’에 대한 <디트뉴스> 단독보도 이후, 대전시 안팎은 권선택 대전시장이 과연 사표를 수리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분위기다. 

박 사장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징계가 끝날 때까지 권선택 대전시장이 사표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사표를 수리하면 징계절차가 자동으로 종결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전도시공사와 대전시 관련부서는 이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인사 관련 담당자들의 의견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공사 내부규정 등을 근거로 보면, 징계가 진행 중이기에 사표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일리가 있다”며 “다만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전시 인사부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경고 처분’은 징계요구에 해당되지 않는다. 중징계인 파면, 해임, 강등은 물론 경징계인 정직, 감봉, 견책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박 사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것 없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징계를 요청한 대전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박 사장에 대한 ‘경고 처분 요청’은 중징계 요청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박 사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둔 셈. 다만 이 관계자는 “판단은 인사권자와 해당 기관인 도시공사가 할 일”이라고 한 걸음 물러섰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무산과 관련해 총체적 책임을 지고 있는 박 사장에게 ‘경고처분’ 결정을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 감사관실이 “중징계 처분 요구”라고 항변하고 있는 이유는, 도시공사의 ‘임원복무 규정’ 때문이다. 

도시공사 ‘임원복무 규정’은 임원에게 내릴 수 있는 문책의 종류를 ‘주의, 경고, 해임’ 단 세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임원 문책은 이사회 안건에 부의하고, 감사가 소집한다는 점도 명문화 돼 있다. 

중요한 점은 감사관실이 도시공사 이사회에 요청한 ‘경고 처분’이 중징계에 해당되느냐, 경징계에 해당되느냐는 점이다. 감사관실 주장대로 이는 중징계에 해당된다. 도시공사의 ‘임원문책 양정기준’에 ‘주의는 경징계로 보며, 경고 또는 해임은 중징계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다. 임원복무규정 4조는 ‘내부 감사부서 및 외부 감사기관에서 중징계를 처분요구하거나 이사회에서 중징계(경고 또는 해임)의 징계안건으로 부의된 자는 의원면직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전시 감사관실에서 박 사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경고처분’을 요청한 상황이기 때문에, 도시공사 이사회의 징계안건 부의와 관계없이 의원면직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공은 권선택 대전시장에게 넘어갔다. 권 시장이 ‘대전도시공사 임원복무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박 사장 사표를 신속하게 수리할지, 아니면 규정된 대로 징계절차를 지켜본 뒤 사표를 수리할 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대전시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논쟁이 소모적이라는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익명의 시 관계자는 “박남일 사장의 임기가 불과 1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사표를 수리해야 하네, 해서는 안되네 하는 논란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임기가 단 하루 남았더라도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책임지게 할 일은 책임지게 하는 것이 행정의 본 모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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