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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과 女 [166]

이광희2017.07.14 08:51:23


시황제가 탄 마차 바로 옆에는 경호대장인 위위가 말을 타고 따르고 있었고 뒤에는 부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마차 뒤로 승상과 태위, 어사대부, 그리고 사법을 관장하는 정위 등 수많은 신하들이 마차에 올라 뒤를 이었다. 또 복숭아꽃처럼 화사하게 단장한 궁인과 궁녀 등 나인들이 꽃물결을 이루며 행렬의 말미를 수놓았다.

시황제는 그 자체가 움직이는 함양궁이었다. 모든 집무를 마차에서 보았으며 수시로 백관들의 회의를 소집했다.

행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함양궁을 비운 사이 누구라도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심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문무백관들은 삼엄한 경호 아닌 경호 속에 진시황의 뒤를 따라 동행했다.

시황제가 탄 마차는 그를 위해 특별제작된 것이었다. 지붕은 하늘이 둥글다는 관념에 따라 거북 등껍질처럼 둥글게 만들었다. 몸통은 사각진 땅을 형상화하여 네모지게 만들었다. 마부가 앉은 바로 뒤에 장의자를 만들어 눕거나 앉아 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모든 벽면은 구름 꽃을 수놓아 천상의 세계를 연상시켰다. 바퀴는 30개의 살로 만들어 바람결을 타고 달리는 듯 부드럽게 했으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동 활대와 가죽으로 몸체를 받들도록 만들었다. 아울러 양쪽과 앞쪽에 빗살무늬 창을 만들어 내외의 공기가 통하도록 했고 뒤에는 별도의 문을 만들어 군신들이 드나들게 했다.

말은 장군이 직접 몰도록 했다.

시황제는 황궁을 벗어나자 살 것 같았다. 소풍을 나온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들떠있었다. 훈훈한 봄바람이 부는 들녘을 지날 때는 더욱 그러했다.

창을 열고 파릇하게 피어나오는 들풀을 구경했다. 개울을 지날 때는 버들강아지 피어오른 모습을 신기하게 여겨 그것을 꺾어오라 일렀다. 냄새도 맡아보고 그 부드러움을 볼로 느껴보기도 했다.

궁에서 피비린내만 맡으며 살아온 자신으로서는 경이로울 수 밖에 없었다.

메말랐던 나무 가지도 봄이 오면 이렇게 새로 피어나는데. 인간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는 것이 서럽구나.”

혼잣말을 하며 멀리 산을 넘어다보았다.

먼 산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지만 들녘은 이미 봄기운이 완연했다. 길게 숨을 들이키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셨다. 폐부를 적시는 상큼한 바람이 기력을 더했다.

시황제가 지나는 길목마다 병사들이 도열하여 예를 표했으며 백성들은 저만치 땅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밭일 준비에 한창이었다. 밭을 갈고 고랑을 땄다. 그러던 참에 시황제가 지나자 밭고랑에 엎드려 조아렸다.

하지만 그런 풍광을 보며 지나는 것도 지루했다. 여러 시간이 지나자 그것이 그것 같아 창을 닫았다.

창밖에 낭중령 있느냐?”

. 시황제 폐하. 하명하시옵소서.”

마차에 혼자 앉아 가자니 적적하구나. 술사를 불러 보아라.”

알겠나이다. 시황제 폐하.”

령을 내리고 얼마지 않아 낭중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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