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절차 중 광주도시공사 사장응모 의혹, 노조 “막장 드라마” 반발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사장. 자료사진

대전도시공사(이하 공사) 이사회가 징계 대상자인 박남일 공사 사장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전시 행정난맥상이 막장으로 치달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14일 오후 긴급 소집된 공사 이사회는 박 사장을 징계하기 않기로 결정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무산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물어 대전시 감사관실이 ‘경고처분’을 요청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감사기관의 징계요청을 공기업 이사회가 거부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셈. 다만 공사 안팎에서는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박 사장이 제출한 사표를 즉각 수리하기 위한 고육책일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박남일 공사 사장이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지만, 인사권자인 권선택 대전시장은 사표를 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사 임원복무규정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받은 임원은 의원면직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 

결과적으로 권선택 대전시장이 박 사장 사표를 수리하기 위해서 ‘이사회 개최’라는 형식적 명분이 필요했고, 이사회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징계처분 보다는 무혐의 결정을 내려 권 시장이 재빠르게 사표를 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을 택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사회 결정’이 권 시장을 돕기 위한 순수한 의도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주도시공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장 모집 서류전형 합격자 공고문.


13일 광주광역시 도시공사 홈페이지에는 ‘사장 모집 서류전형자 합격자’ 명단이 게시돼 있다. 서류전형 합격자 3명 중 ‘박** (1952.4)’이라는 블라인드 개인 정보도 포함돼 있다.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사장이 1952년 4월생이라는 점에서 박 사장임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사장은 호남 출신으로 대전에서 새롭게 향우회를 조직하는 등 애향활동에 열성적이었다. 

박남일 사장은 <디트뉴스> 전화통화에서 “광주도시공사 사장 공모에 응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을 응원해 달라”는 말로 사실무근임을 항변하지는 않았다. 

박 사장이 광주도시공사 사장 공모에 응한 것이 사실이라면, 대전도시공사 이사회 결정은 ‘박 사장의 재취업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부도덕한 공모’로 지탄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징계를 받은 공기업 임원은 다른 공기업에 3년간 재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부도덕한 공모’에 대해 권선택 대전시장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도시공사 이사회에는 공사 경영이사와 사업이사, 대전시 기획조정실장, 환경녹지국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용혁 공사 노조위원장은 “박남일 사장이 광주도시공사 사장공모에 응모한 것이 사실이라면, 광주도시공사 노동조합과 연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이 같은 막장의 첫 단추는 권선택 대전시장이 끼운 것”이라며 “그동안 공사 내부에서 여러 자질시비 등이 불거졌고, 유성복합터미널 사업무산으로 시민들에게 중대한 피해를 끼쳤는데도 권 시장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도시공사 이사회는 '박 사장의 재취업을 돕기위해 면죄부를 줬다'는 <디트뉴스> 의혹보도에 대해 "박 사장이 광주도시공사 사장에 응모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또한 이사회가 박 사장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하더라도 '해임'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공기업에 임원으로 임용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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