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폐하. 술사 노생 입시이옵나이다.”

“그래 들라 일러라.”

백발을 늘어뜨리고 흰 도포를 입은 노생이 머리를 조아리며 마차에 올랐다.

그는 깡마른 몸매에 쥐 눈을 하고 있어 누가 보아도 총명하게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본래 연나라 사람으로 진시황을 수시로 만나며 그에게 정신적 도움을 주는 술사였다.

“시황제 폐하. 불러계시나이까?”

“짐이 적적하여 그대를 불렀소. 말동무라도 할까 해서.”

“황공무지로 소이다. 시황제 폐하.”

노생이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짐이 선왕들의 음덕으로 천하를 통일했소만 어찌 마음한 구석이 허전한 것 같소. 그것을 무엇이라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늘 한 구석이 비어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오.”

“시황제 폐하. 폐하께옵서 이룩하신 통일은 수천 년 동안 어느 선왕들께서도 이룩하지 못한 대업이옵나이다. 그토록 큰일을 치루시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치 않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당연히 허전한 구석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옵나이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시황제 폐하. 장강의 강물이 한꺼번에 천하를 쓸고 지나면 그다음은 메마름이 따르기 마련이옵나이다. 그와 같은 이치라 시황제 폐하께옵서는 혼신의 기력을 다하시어 천하를 통일하시었으니 그 기력이 쇠하여 그러하옵나이다. 따라서 기력을 보전하시고 쉬시면서 옥체를 돌보심이 마땅한 줄 아뢰옵나이다.”

“기력이 쇠하여 허전한 기분이 든다 이말이오.”

“그러하옵나이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사오나 소신의 생각으로는 분명 그러하기에 마음 한구석이 비어있는 것 같은 상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가 사려 되옵나이다.”

시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천하를 통일하고 줄곧 궁에서 온 정력을 다하여 일에만 몰두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몸이 쇠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짐은 이번 순행에서 선왕들께 감사의 제의를 올릴 요량이오.”

“잘 생각하셨나이다. 시황제 폐하. 일찍이 하. 은. 주왕조가 창건되었을 때도 가장 먼저 선왕들께 인사를 올렸나이다. 그리고 그 뿌리가 깊음을 만 천하에 알렸나이다. 시황제 폐하께옵서도 선왕들께 제의를 올리고 누백 년의 사직을 이어와 오늘에 이르렀음을 만천하에 고하심이 지당 하신 줄 아옵나이다.”

“그렇소.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뿌리가 깊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지 못하지요. 제국이 천대만대 이어지려면 그 뿌리가 튼튼해야 할 것이외다.”

시황제는 술사 노생의 말이 옳다고 여겼다.

그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세상의 이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순행했다.

시황제는 그러다 몸이 일어나면 궁녀를 불러 그것을 풀었다. 궁에서보다는 생활이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천하를 순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시황제는 별 탈 없이 백성들의 칭송을 받으며 천리나 떨어진 농서와 북지를 둘러보고 계두산에 올라 조상들께 제사를 올린 다음 궁으로 돌아왔다. 삼천리의 긴 여정이었다.

그리고는 또다시 일속에 파묻혀 세월을 잊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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