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반의 준비가 끝나자 함양궁 앞에서는 시황제 순행에 따른 나발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행렬은 1차 순행에서와 마찬가지로 진행됐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1차 순행이 진나라 내의 순행이었다면 2차 순행은 굴복시킨 나라들에 대한 순행이었으므로 경호 인력이 대폭 보강됐다. 8천의 황군에서 그 수가 늘어 1만6천의 군사가 그를 호위토록 했다. 그러므로 그들의 행렬은 그 길이가 수십 리에 이르렀다.

이를 본 백성들은 그의 권위가 얼마나 대단하며 누구도 감히 그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시황제는 이점을 노려 의도적으로 많은 군사들과 군신들을 거느리고 순행에 나섰던 것이다.

시황제의 행차는 순풍에 돛단 듯이 순조롭게 동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 시황제는 적적할 때마다 궁녀들과 어울렸다. 물론 술사 노생의 충고가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시황제 폐하. 어린 계집을 옆에 두고 방중술을 즐기면 그 어린 계집의 기를 받아 몸이 더욱 넉넉해지옵나이다. 다만 기를 방출하지 마시고 마지막에 그 기를 보존하시면 더욱 좋아지옵나이다.”

“기를 방출치 않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렷다.”

“그러하옵나이다.”

시황제가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마차를 뒤따르던 낭중령 조고가 즉시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밀었다.

“시황제 폐하. 부르셨나이까?”

“그래. 적적하니 두어 명을 들이렷다.”

“한꺼번에 말이오니까?”

“기를 받으려면 여러 명이 한사람보다 낫지 않겠느냐?”

시황제의 령이 떨어지자 낭중령은 즉시 동행하고 있던 궁녀들 가운데 순번이 다가온 이들을 차례로 불렀다. 그리고 특별히 주문을 한 다음 세 명의 궁녀를 황제의 마차에 들여보냈다. 아울러 생기가 돈다는 술로 주안상을 마련했다. 마차가 흔들렸으므로 한 궁녀는 술병을 다른 궁녀는 주안상을 들게 했으며 다른 궁녀는 술잔을 곱게 들고 있었다.

“어서 들라.”

시황제가 마차 저만치에 앉아 궁녀들을 맞았다.

“여행길이 적적하여 너희들과 동행할까 하노라.”

“황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궁녀들은 다소곳이 상을 내려놓고 삼배를 올린 뒤 다시 술상을 잡았다. 마차가 조금은 흔들렸지만 충격방지장치를 한 탓에 심하게 요동치지는 않았다.

궁녀들 가운데 술잔을 들고 있던 계집이 두 손을 높이 쳐들어 술잔을 올리자 이번에는 술병을 든 계집이 술을 따랐다.

시황제는 봄꽃처럼 화사한 어린 계집들에 둘러싸여 술잔을 길게 들이켰다.

“출출하던 차에 너희들이 오니 진실로 기쁘구나.”

시황제가 술잔을 내려놓으려하자 이번에는 상을 잡고 있던 계집이 안주를 집어 황제의 입으로 가져갔다.

시황제는 그들과 함께 세상사는 이야기며 궁녀들의 생활 등에 대해 담소를 나누다 취기가 오르자 두 다리를 쭉 뻗고 황용 그림이 수놓인 긴 베개에 몸을 기대고 비스듬히 누웠다.

“술상을 뒤로하고 가까이들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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