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는 암캐들이 뒤엉켜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에게 더 줄 것도 또 덜 줄 것도 없었기에 편안하게 누워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천장에 그려진 봉황과 용그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가다듬었지만 그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온몸이 공중에 떠오르는 느낌이 한동안 이어졌고 이어 긴 숨이 폭발했다. 거친 호흡이 목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가장 우두머리격인 암캐가 긴 혀를 빼물고 먹이에서 물러났다. 그러자 연이어 다른 암캐들이 자리를 물렸다.

하지만 시황제의 기분은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황량한 사막이라도 달리고 싶었다. 숨이 넘어가도록 힘차게 뛰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암캐들이 물러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 가운데 가장 어려보이는 계집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제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내달리고 싶을 때 무엇을 핑계 삼아 참는다는 것은 고역이었다. 달리고 난 뒤 숨이 차오르면 후회를 할지언정 내달리고 싶을 때는 문을 박차고 싶었다.

마차 속에서 시황제의 거친 숨소리가 새어나오자 말을 몰던 장군은 채찍을 허공에 날렸다. 그러자 마차가 더욱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네 마리의 말들이 내달렸으므로 말발굽소리가 요란하게 지축을 울렸다.

말들이 얼마를 쉼 없이 달렸을까. 말 등에서 뽀얀 기운이 감돌며 송송한 땀이 솟아올랐다. 허연 이빨을 드러낸 말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말을 몰던 장군은 더 이상 채찍을 휘두르지 않고 고삐를 당겼다.

그제야 빠른 숨을 토하던 말들이 잦은걸음으로 속도를 늦추었다.

크게 흔들렸던 마차의 진동도 잠잠해졌다.

오랜만에 광야를 내달린 시황제는 그 자리에 벌렁 들어 누우며 눈을 감았다. 나른한 아지랑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잠을 청하고 싶었다. 시황제는 양옆에 어린 계집들을 끼고 깊은 낮잠에 빠져들었다.

시황제가 잠에서 깬 것은 임시궁에 도착해서였다.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몸이 피곤했다. 그는 즉시 침전으로 향해 긴 잠을 청했다.

한편 문밖에 귀를 대고 있던 낭중령은 이일을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이번 사건이 시황제의 의지에 의한 것이므로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황제는 다음날 늦은 아침, 자리에서 일어난 뒤 조반을 들고 곧이어 마차에 올라 길을 재촉했다.

그의 마차에는 술사 노생이 동승하고 있었다.

“봉선을 굳이 태산에서 할 필요가 있소?”

시황제가 물었다. 봉선은 산위에 올라 흙으로 단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의식을 말했다. 더욱 세분하여 말하면 봉은 하늘에 지내는 제사며 선은 지신에게 올리는 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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