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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크령

[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결석 녹여 소변 통해 내보내

송진괄2017.07.25 17:09:31

이따금 찾는 갑천변을 나오니 비가 종일 온 후라선지 하늘도 물도 맑다. 하늘의 뭉게구름은 어느 조각가라고 그런 흉내를 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다양한 모양을 만들며 흘러간다. 쪽빛 바탕에 둥실둥실 모습들이 한가롭다. 엑스포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 위에 뜬 구름도 풍치를 더한다.
 
맑은 물을 따라 강변으로 펼쳐진 푸른 잔디는 어느 영화에서나 본 듯한 풍경이다. 유등천을 따라 거스르면서 천변의 둑방에 피어 있는 다양한 야생화가 발길을 잡는다. 자전거를 세우고 열심히 사진기에 담아본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배경은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송진괄 대전시 중구청평생학습센터 강사

달개비 군락이 눈에 확 들어온다. 연보랏빛 작은 달개비 꽃들이 가을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기세등등하게 뽐내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수풀 사이에 가까스로 몸집을 세우고 서 있다. 누군가 여러 종류의 우리 풀꽃을 심었으리라 짐작 된다.
 
방향을 돌려 다시 하늘의 구름을 감상하며 하류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몇 해 전인가 이곳을 와서 야생화에 빠져 한참을 머물다 간 기억이 있다. 야생화들은 여전히 그 모습으로 나를 반겨준다. 시민으로서 긍지를 갖고 이런 곳에 사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자며 마음을 다잡던 생각이 난다. 
 
어르신들, 젊은 어머님들이 어린이들과 한가롭게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깨끗하게 깎아 잘 정돈된 잔디가 싱그럽다. 짙은 풀색은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어준다. 두 하천이 만나는 다리 밑에서 여유 있게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의 풍경은 외국의 유명한 강의 풍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하천 둔치를 따라 유난히 하늘거리는 풀이 눈에 들어온다. 대궁을 올린 채, 색깔도 별로고 무슨 별난 특징도 없다. 강아지 꼬리같이 생긴 꽃자루가 강아지풀 모양이다. 막 피어난 꽃의 보송보송한 털을 달고 살랑거리는 풀, 수크령이다. 어릴 때는 그냥 강아지풀이라 불렀다. 웬만한 잡초면 정리 차원에서 모두 베어졌을 법한데, 수크령은 군락을 이루든 각각 떨어져 크든 제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아마도 관상용으로 낙점을 받은 처지가 아닌가 싶다.
 

▲수크령은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길가나 공터에서 잘 자라며 키는 1미터 정도 자란다.

수크령은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길가나 공터에서 잘 자라며 키는 1미터 정도 자란다. 줄기는 여러 개가 뭉쳐나서 큰 포기를 이루고, 잎은 줄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아주 질기다. 겉모습은 강아지풀과 비슷하지만 훨씬 키도 크고 꽃차례도 크고 색도 진하며 억세다. 꽃은 8~9월에 붉은 빛을 띤 갈색으로 핀다. 종자는 약간 편평한 타원형이다.
 
자료에 의하면 수크령이란 이름은 남자(男子)그령이란 뜻이 아니라고 한다. 암․ 수가 따로 있어 수정을 하여 번식하는 그런 관계가 아닌 것이다. 길가에서 흔히 자라고 수크령과 비슷한 '그령'이라는 풀이 따로 있다. 수크령풀의 이삭 모양이 남성스러워‘수그령’에서‘수크령’이란 이름을 붙여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이삭모양이 이리의 꼬리를 닮았다하여 낭미초(狼尾草)라고도 부른다.
 
자료에 의하면 여름철 무성할 때 지상부(地上部)를 채취하여 약재(藥材)로 썼다. 효능으로는 눈을 맑게 하는 작용이 있어 눈이 충혈(充血)되고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민간에서는 몸속의 결석(結石)을 녹여 소변을 통해 내보내는 효능이 있어 이용했다고 한다. 약용 자료가 그리 많지 않은 풀이다.
 
이 풀이나 꽃이 화려하거나 특색은 없지만 조경(造景)의 소재도 되고, 이파리는 시루 밑의 깔개로 썼으며, 억센 풀로 공예품도 만들었다니 씀씀이가 꽤 있던 풀이다. 꽃이 달린 이삭은 꽃꽂이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며칠 전 대청호변에서 길 한가운데 수크령을 묶어 놓은 모습을 보고 옛 생각이 나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학창시절 십리가 넘던 시골길을 걸어 다니며 개구쟁이 노릇하던 시절이 떠올라서였다.
 
등하굣길에 좁은 논둑길을 걷다보면 수크령이 발목에 걸리적거리곤 했다. 좁은 도랑길을 따라 양옆으로 길게 이어져 보송보송한 꽃을 하늘거리던 풀. 가을녘이면 꽃이삭에 맺힌 이슬이 신발을 흠뻑 젖게 했던 귀찮은 풀. 그 풀을 얽어매어 길을 지나던 여자애들의 발을 걸어 넘어지게 해 배꼽을 잡던 철부지 시절이 꿈같다. 바로 수크령이란 풀이었다.  
 
이 식물이 바로 옛이야기에 나오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의 풀이라고도 한다. 죽어서라도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고사성어(故事成語)로 그령이나 수크령의 풀을 이용하여 은혜에 보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풀이다.
 
천변을 따라 잘 정리된 잔디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이어진 수크령이 꽃밥을 달고 강아지 꼬리 흔들듯 살랑거린다. 포기 단위로 소복하게 모여 각자 자리를 잡고 진한 녹색의 이파리를 세우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독특한 외모(外貌)로 눈길을 끈다.
 
메마르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 억센 느낌을 주는 풀이지만 강아지풀 같은 이삭은 연하고 부드럽다. 빽빽하게 난 작은 털 사이로 작은 꽃들이 경쟁하듯 달려있다. 이름도 독특한 수크령이 인사로 손을 흔들듯 손짓하는 모양이다. 그 꽃 이삭 위로 유유하게 흘러가는 흰구름이 벌써 가을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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