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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공무국외여행’ 관행

[기고] 신정섭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

신정섭2017.07.28 14:56:46

사상 최악의 물난리에 외유(外遊) 해외연수를 다녀와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은 충북도 지방의원들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하필 내가 여행을 갈 때 물난리가 날 게 뭐람?” 이렇게 투덜댈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렇게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장본인이 바로 ‘공무국외여행’이라는 이름의 ‘외유성 출장’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사라진지 오래된 ‘공무국외여행’이 공직사회에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조치 이전에 '선진 문물 견학'이라는 취지로 장려된 이 제도가, 누구나 쉽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지금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전교육청 올 상반기 수십 건 국외여행

▲신정섭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

지방의회 의원들만 주민혈세로 해외여행을 가는 건 아니다. 교육청 관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전광역시교육청 누리집에 접속해 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의 공무국외여행 실태를 살펴보았다. 2017년 1월부터 7월 현재까지 짧은 기간만 검색했는데도 수십 건의 국외여행 계획서와 보고서가 탑재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외유성 해외여행의 성격이 짙은 대표적인 사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생활지도 유공교원, 초등 교육활동 유공교원, 학교운동부 유공교원 등 사기진작 성격의 해외체험 연수가 눈에 많이 띄었다. 보통 시교육청 과장이나 장학사가 인솔자로 따라가는데, ‘연수’라기보다는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그냥 놀다오는 ‘여행’이다. 유공교원의 경우 교육감상, 교육장상 등 별도의 포상을 실시하는데, 굳이 3천만원이 넘는 비싼 경비를 들여가면서까지 해외여행을 꼭 다녀와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지금 대전광역시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한국에 없다. 지난 7월 22일 미국 독립혁명 유적답사단 인솔차 미국에 갔는데, 다음 달 3일에나 돌아온다. 교육부 예산으로 다녀온다고 하는데, 무려 12박 13일 동안 자리를 비운다. 같이 유적답사를 떠난 교사들은 사립 3개교 소속인데, 1인당 4백만원의 예산을 시교육청에서 지원한다. 현장 역사교사의 유적답사에 왜 본청 중등교육과장(국어 전공)이 인솔자로 따라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5월 22일부터 26일까지 4박 5일 동안 실시한 지방공무원 공무국외여행도 실효성이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수립된 예산에 맞게 순서대로 돌아가며 혜택을 누리는 구시대적 관행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고작 나흘 동안 대만과 싱가포르를 다녀온다고 해서, “선진국의 주요 교육정책과 교육행정시스템”을 얼마나 체험하고 돌아올 수 있단 말인가.

‘대전광역시교육감 소속 공무원 국외여행 규정’(훈령, 2016년 3월 25일 일부개정)에 따르면, 각종 시찰·견학·참관·자료수집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소속 공무원에 대한 포상·격려 등을 목적으로 한 공무국외여행의 경우,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설치하여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심사위원회가 부교육감(위원장), 교육국장(부위원장), 행정국장, 유초등교육과장, 중등교육과장, 총무과장, 재정과장 등 집안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감 나서 공무원 국외여행 규정 시급히 개정해야

공무국외여행 사후관리도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외출장을 다녀와서 30일 이내에 보고서만 작성해 교육청 누리집에 올리면 그만이다. 보고서마저도 짜깁기인 경우가 허다하다. 위 규정 제12조(사후관리 등) 1항에 나와 있는 것처럼, “공무국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공무원에 대하여 그가 습득한 지식 또는 기술을 관련 직무분야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시”하는 주무부서의 장은 거의 없다. 부서장 자신부터가 ‘연수’나 ‘출장’이 아닌 ‘여행’을 다녀오는 까닭이다.

‘대전광역시교육감 소속 공무원 국외여행 규정’ 훈령은 “심사기준 강화 및 사후관리 철저”의 방향으로 시급히 개정되어야 한다. 공무국외여행은 말 그대로 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출장을 가는 것이다. 시민이 낸 소중한 세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외유성 해외여행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특히, 교육감이 논공행상 차원에서 측근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공무국외여행은 한 마디로 시대착오적 관행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시민혈세로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면 주민소환을 당해도 싸다. 나가 있는 동안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될 텐데 노심초사 하지 말고, 교육감이 나서서 공무원 국외여행 규정을 시급히 개정하기 바란다. 청렴도 최우수기관 달성을 위해 뭐든 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청렴 특강’ 그런 거 말고, 공무국외여행 규정이나 엄격하게 바꿔라. 그게 손쉬운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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