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칩거에 들다

노생을 불러 생약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 한종과 석생의 상황을 보고받았다. 또 서복이 삼신산으로 출항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매일같이 짚어 보았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서복이 더디어 6천명의 선남선녀를 데리고 삼신산을 향해 출항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에는 무슨 수가 나더라도 불노초를 구해야 하느니라.”

시황제는 이사에게 말했다.

“여부가 있겠나이까. 방사 서복이 목숨을 내놓고 출항을 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옵나이다.”

“그럴 테지.”

시황제는 불노초를 하루라도 빨리 먹고 싶다는 일념에 입맛을 다셨다.

 

시황제는 갈수록 죽지 않고 영생하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천하를 순행하면서 그런 마음이 더욱 간절했다.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과 드넓은 땅. 풍요로운 물자. 무엇하나 자신의 말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는 상황.

아리따운 계집들. 이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황제는 정무를 돌보면서도 수시로 술사 노생을 불러 불노불사의 신선이 되는 것에 대해 묻곤 했다.

“늘 젊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신선이 되는 길은 과연 없는고?”

시황제는 결재서류를 옆으로 밀치고 노생에게 물었다.

“사람은 태어나 죽는 것이 정한 이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옵나이다. 선문(羨門)과 고서(高誓)와 같은 고대 신선들은 수천 년을 살고도 정정하옵나이다.”

“그들의 비결이 어디에 있는고?”

“비결은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존안을 너무 보여주시면 아니 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께옵서 사람을 자주 만나면 그들의 사악한 기운이 시황제 폐하께로 옮겨가 신기에 해가되옵나이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은고?”

“선문과 고서처럼 시황제 폐하의 거처를 숨기시고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존안을 내보이시지 않는 것이 신선이 되는 첩경이옵나이다.”

노생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시황제는 함양궁을 더욱 철옹성처럼 만들고 특별한 용무가 없는 이들은 함부로 궁을 드나들지 못하게 했다. 시황제는 그것도 모자라 조당에 나가는 일을 최소화 시키고 아주 특별한 몇몇 대신들만 불러 정무를 돌봤다. 그러다 그것마저 탐탐치 않자 이번에는 거처를 은밀하게 경치가 빼어난 양산궁으로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노생에게 양산궁을 잘 치워놓도록 명했다.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늦은 밤에 낭중령 조고를 불렀다.

“낭중령은 듣거라. 짐이 은밀하게 양산궁으로 거처를 옮길까 하노라. 모든 정무는 승상 이사가 대신 보도록 하고 짐은 간간이 그 결과를 지켜볼까 하노라.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낭중령이 매일 별도의 기별을 넣도록 하여라. 아울러 승상 이사는 물론이고 누구에게도 이 일을 알려서는 아니 되느니라. 만약 이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안다면 너의 목을 칠 것이니 명심 하렷다.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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