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지금 미래의 주인공들인 학생들과 그들 부모의 마음을 하나의 열쇠말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불안’이다. 청소년들 대부분은 어떠한 길로 가야할지 모르는 때문에, 또는 청년 실업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청소년다운 패기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미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학교는 도저히 믿음직스럽지 않다. 바람직하고 확고한 미래를 보여줄 만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는 수십 년째 비슷한 내용의 영·수·국 중심의 입시에 적합한 수업만 할 뿐이다. 성적을 높여 수도권의 입시명문대에 다른 학교보다 많은 학생을 보내서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틀에 박힌 입시교육이 나라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최근 첨단 IT사업가와 기술연구원을 만났더니, 교육이 나라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지금 검색만 하면 필요한 모든 지식은 다 찾을 수 있어요. 도대체 인생에 도움도 안 되고, 알아도 별로 써먹을 데 없는 지식을 외우느라고 힘들게 고생하는 아이들만 보면 그저 답답해요.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을 외우고 시험 치르느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열 시간도 넘게 책상 앞에 앉아 있다는 것이 말이 돼요?”
“그리고 유럽이나 미국에서 시험을 치를 때에 계산기를 사용하거나, 오픈 북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을 교사들이 비웃는 것을 보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지금 우리 교육은 단순 지식을 암기하거나 일정한 수식을 외워 적용하는 방식의 문제 풀기를 갖고 아이들을 줄을 세운다. 그리고 수월성 교육이란 명분으로 특목고, 자사고와 같은 학교를 만들어 놓았다. 결국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선행학습을 많이 한 부유층 아이들에게 유리한 틀이다. 그리고는 줄을 세워 대학에 들어가게 하고 졸업장 하나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는 체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 불안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불안을 이용하여 입시경쟁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준비한 학생이 자사고, 특목고에 가고 SKY에 갑니다.”  초등학교 학부모 대상의 ‘입시전략 학부모 설명회’에서 선행학습으로 자사고, 특목고에 진학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자칭 ‘입시전문가’의 설명이다. 아이들은 오늘의 행복을 저당 잡혀 무지막지하게 문제집을 이 잡듯이 풀어대고 있다. 일단 대학 졸업장을 가져야 사람 구실을 하고, 그 중에서도 소위 수도권의 입시명문 대학의 졸업장이 평생 동안 자신의 삶에서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누가 뭐래도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누구나 그 유리한 동아줄을 잡기 위해 총력을 쏟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튼튼한 줄 알았던 그 동아줄이 이제는 썩은 줄이 되고 마는 시대가 왔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낙 다양한 직업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생 동안 공부해야 되는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직업사전에 등재된 직업의 종류만도 1만 4천여 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교사, 공무원, 의사, 변호사 등과 같은 몇 개의 직업에 모든 것을 걸고 입시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이래서는 우리 사회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아이들 불안하게 만드는 교육 부모 노후마저 불안에 빠뜨려

아직도 지금의 교육의 구조를 그대로 온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들이 자식만은 누구보다 잘 살게 만들겠다는 욕심 하나로 특목고와 자사고에 보내기를 원하는 이들과 또 이것을 유지하자는 이들이다. 또 이들은 현재의 서열화 된 대학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간 자녀들은 어떠할까? 오로지 공부만 하라는 요구에 충실했던 자녀들은 “그래요. 우리는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어요. 그러니 우리의 삶도 책임지세요.” 라고 한다. 그래서 자녀들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결혼 자금은 물론이고 주택을 마련하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몫이다. 심지어는 사업자금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러한 것은 취업과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경제적 지원을 늦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원인이지만 오로지 공부만 하라며 잠까지 빼앗은 부모세대가 만든 덫이기도 하다. 이 나라의 교육이 자녀들만 불안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부모들의 노후마저 불안에 빠뜨렸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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