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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꽃

[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방광염·요도염·급성신우신염에 효과

송진괄2017.08.08 08:31:48

죽림정사에서 용화사로 다니는 산행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숲길이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든 걸어서 가든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잠깐만의 아스팔트길을 지나면 흙길 옆으로 모과나무, 상수리나무, 오리나무, 때죽나무 등 각종 크고 작은 나무들이 도열하여 그늘을 만들어 준다. 특히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에 앉아 쉴 수 있어 참 좋은 쉼터이기도 하다. 

▲송진괄 대전시 중구청평생학습센터 강사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아내와 종종 버스를 타고 와서 산책 겸하여 이곳을 찾는다. 이미 여름에 들어선 풀과 나무들은 검푸른 이파리가 싱싱해 보인다. 철조망 울타리에 붉은 인동덩굴이 길게 꽃을 피우며 뻗고 있다. 밭 가장자리 울타리에는 매실이 벌써 누렇게 익고 있다. 옛 어른들은 옥수수수염이 나올 때 매실을 따라고 했는데 요즘은 절기가 잘 안 맞는 것 같다. 

밭 가장자리의 우거진 잡풀 사이로 분홍색 패랭이꽃이 눈에 띈다. 초록 사이로 드러난 색깔이라 금방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진한 색도 아닌 연분홍의 패랭이꽃이 줄이어 피어 있다. 더 올라가니 술패랭이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패랭이꽃은 석죽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전국 각지에서 자란다. 키는 30㎝ 정도, 잎은 가늘고 길며 마주 난다. 꽃은 진분홍색 및 다양한 색깔로 6~8월에 가지 끝에 하나씩 달려 핀다. 열매는 9월 경 검게 원통형으로 삭과(蒴果)로 익는다. 꽃잎이 갈래갈래 술처럼 갈라진 패랭이꽃은 술패랭이라고 부른다.

이뇨작용 현저하며 혈압 내리고 장관(腸管)의 유동작용 촉진

옛날 서민들이 쓰던 모자(帽子)인 패랭이, 대나무를 가늘게 잘라서 얽어 만든 갓의 일종인 패랭이를 닮아서 패랭이꽃이라 불렀다. 요즘은 다양한 색깔로 여러 가지 개량종이 있는데, 생명력이 강해서 공원 등에 많이 심고 있다.

한의(韓醫) 자료에 의하면 패랭이꽃이나 술패랭이꽃의 지상부를 꽃이 피었을 때 채취하여 말린 것을 약재로 사용한다. 이뇨작용이 현저하며, 혈압을 내리고, 장관(腸管)의 유동작용을 촉진하며 각종 세균을 억제하는 약리성이 있다. 효능으로는 소변의 양이 적고 잘 나오지 않는 증상과 방광염, 요도염, 급성신우신염에 효과가 있다. 또한 어혈(瘀血)이 정체되어 일어나는 월경폐색과 종기(腫氣) 등에 활용한다. 

민간요법으로 패랭이꽃의 뿌리 또는 풀 전체를 말린 것을 물에 달여서 차(茶)처럼 계속 마시면 이뇨(利尿)에 큰 도움이 되고 성병(性病)이나 늑막염 등에도 이용하였다.

하교(下校) 길에 터덜터덜 먼지 길을 걷다보면 길옆 풀숲에 흙먼지를 쓴 채 서 있던 풀이다. 하릴없이 꺾어서 장난치던 패랭이꽃의 추억이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생생하다. 그 길은 아파트가 들어서서 꿈속에나 있을 법한 추억 속의 길이 되었다.

수년 전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네 집에서 며칠을 지낸 적이 있다. 주택의 경사진 언덕 경사면을 술패랭이와 패랭이꽃을 심어 분홍빛 꽃밭을 만들어 눈길을 잡던 생각이 난다. 잡초 같은 풀을 그렇게 가꾸니 아주 볼품이 있었다. 패랭이꽃은 초여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한여름 내내 볼 수 있어 관상용으로도 적격이다.

패랭이꽃의 한방 생약이름은 구맥(瞿麥)이다. 한자의 뜻을 살펴보면 풀의 특징이 이름 속에 있어 재미있다. [놀랄 구(瞿)]에 [보리 맥(麥)]이다. 꽃의 형태를 살펴보면 꽃잎이 5장으로 갈라지는데 꽃잎 위에 동그랗게 원(圓)을 그린다. 서로 다른 꽃잎이 퍼즐 맞추듯 둥근 원을 만드는 생태를 보면 오묘하다. 꽃을 두 개 나란히 놓으면 새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듯이 바라보는 모습이다. 또 열매를 보면 보리같이 생겨서 한자의 이름이 구맥(瞿麥)인 것이다. 하찮은 들풀을 살피는 선인들의 관찰력이 놀랍다.    

꽃 두 개 나란히 놓으면 새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듯 바라보는 모습

나무들 사이로 내려 뵈는 대전천의 물이 반짝거린다. 물가에는 숨이 막힐듯한 아파트 군락이 눈에 들어온다. 뭔지 모르지만 답답하고 복잡한 세상 모습이다. 이곳 산자락의 숲 터널은 청량감이 그윽하다. 숲 향기와 시원한 바람내음도 코를 자극한다. 그저 받아주는 숲이 이래서 좋다. 아무 거리낌 없이 언제고 찾아와 모든 걸 풀어놓을 수 있는 곳이다.  

긴 줄기를 세워 풀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패랭이꽃, 연분홍이든 하얗든 동그랗게 원을 그린 꽃모습이 인상적이다. 자기만의 표정이 확실한 풀.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늘을 쳐다보며 무엇을 기다리는지, 그 패랭이꽃이 어린 시절 집으로 가던 길을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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