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을 삭이지 못한 시황제는 다시 함양궁으로 돌아왔다.

숨어서 아무도 모르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비밀을 누설한 중인들이 미웠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였다.

시황제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함양궁으로 돌아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구중궁궐 한가운데 거처하며 정무는 이사의 손에 맡겼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이사에게 맡긴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지시할 사항과 결재해야할 사항에 대해서는 낭중령 조고를 통해 보고받고 통보했다.

궁으로 돌아와 약간의 시간이 지났지만 시황제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2차례의 순행을 다녀오고 또 양산궁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다 함양궁에 갇혀 살자니 모든 것이 갑갑했다.

시황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이른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낭중령 조고의 문안인사를 받고 간밤에 별고가 없었는지는 묻는 것과 조반을 든 뒤 어린 계집을 옆에 끼고 좋은 차를 즐기는 것. 그리고 책을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계집과 뒤집기를 하는 것 등 따분한 일들뿐이었다.

단 하루를 사는 것도 숨이 막혔다.

“그를. 오늘은 무슨 즐거운 일이 없겠느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궁녀를 향해 물었다.

“시황제 폐하.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또 무엇이 있겠나이까?”

어린 계집이 품을 파고들며 말했다. 시황제는 양쪽에 나이 어린 궁녀들을 품고 침상에 누워있었다. 양발은 또 다른 궁녀가 알몸인 채로 안마를 해주고 있었으며 머리맡에도 가슴이 유난히 돋보이는 궁녀가 속살이 훤히 내비치는 얇은 비단천을 걸친 채 머리지압을 해주고 있었다.

나른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고 또 휘감았다.

그러다 기운이 생동하는 가 싶으면 그들 가운데 누구라도 시황제의 눈길이 닫는 궁녀가 그를 즐겁게 해주었다. 다만 노생의 말처럼 시황제가 방사(放射)를 해서는 안 되므로 그것만은 궁녀들이 알아서 처신해야 할 일이었다.

만약 시황제가 궁녀의 몸에 방사를 하도록 한다면 그것은 죽음을 면키 어려운 불충이었다. 따라서 궁녀들은 낭중령 조고의 엄명에 따라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물론 시황제가 스스로 제어를 하지 못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황제의 기분이 언짢아지거나 방사 후 불쾌하게 받아들인다면 그 또한 죽음을 면키 어려운 불충이었다. 때문에 궁녀들은 시황제의 기분이 날아갈 듯이 들뜨도록 만해야 했다.

시황제가 이성을 상실하여 쾌락에 함몰된다면 그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궁녀들은 이점이 고민거리였으며 그들이 숙지하고 또 몸으로 익혀야하는 과제였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한참 시황제가 궁녀와 몸을 뒤섞다가 잠시 이성을 잃고 그녀에게 함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지를 뻗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린 궁녀는 그것이 곧 죽음이나 마찬가지 이였으므로 급히 몸을 피하려했다. 그러나 시황제가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쥐고 있었으므로 몸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의 몸에 시황제가 방사를 하고 말았다. 시황제는 허탈한 기분으로 자리에 쓰러져 가쁜 숨을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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