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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에 대한 소회

세무법인 이 정 대표 오 정 균

오정균2017.08.10 16:53:03

▲세무법인 이정 대표 오정균(디트뉴스 자문위원).

지난해에는 건강검진을 걸렀다. 재작년에 아주 마음먹고 이 지역에서 제일 규모가 큰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검진을 받았던 터라, 1년 사이에 뭐 별일이 있을까 싶어 건강검진 통지를 받았지만 그냥 지나쳐 버렸다.

새해 들어서자 몸이 옛날 같지 않은 것 같다며, 올해에는 꼭 종합검진을 받아 봐야겠다는 아내의 말에 벼르고 벼르다가 어렵사리 날을 잡았다. 원래는 연초에 일찍 해치우자 마음먹었는데 이런 저런 일들로 미루다가 7월에야 날을 잡은 것이다.

아내가 이번에는 서울의 큰 종합병원에 가서 샅샅이 검사를 받아 보자는 바람에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여러 면에서 번거롭게 여겨져 그냥 자주 다니는 내과에서 검진을 받기로 했다.

그렇잖아도 종합검진 얘기를 꺼내니 주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사례를 들어가며 나이가 들수록 2∼3년에 한 번씩은 서울 큰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아봐야 한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은 바도 있어 고심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기왕에 내가 알고 있는 내 몸의 이상을 제외하고는 아직 다른 부위에 무슨 불편함이 느껴지지는 않는 상황이라 번거로움을 피해 내 몸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단골 병원에서 검진을 받기로 한 것이다.

종합검진을 받을 때마다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무엇보다 장 내시경검사를 위한 준비다. 우선 대략 1주일 전부터 평소 먹는 약 중에 어떤 종류의 약은 복용을 금지하여 신경을 써서 골라내가며 약을 먹어야 한다.

또 검사 사나흘 전부터는 멀건 흰 죽에 간장으로 끼니를 때워야 맞을 정도로 먹지 말라는 음식이 많은 터라, 그 기간 중에 피치 못할 모임이나 회식이 있기라도 하면 아주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더라도 어떻게든지 먹지 말라는 음식들을 피해가며 끼니를 때우고, 주변 사람들의 건강검진과 관련된 별별 농담과 경험담, 무용담을 귓전으로 흘리며 어렵게 그 사나흘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곤혹스러운 일은 뭐니 뭐니 해도 검사 전날 속을 비우는 일이다. 몇 시간에 걸쳐 마시기가 영 거북스러운 약물을 그냥 들이붓듯 억지로 마시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속에 있는 것들을 쏟아내는 일이 매번 해야 하는 일임에도 예삿일이 아니다.

“달나라에 다녀 온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이런 방법을 꼭 써야 하나?” “꼭 이렇게 많은 양을 마셔야 된다면, 약을 사이다, 콜라처럼 맛나게 만들 수는 없는 건가?”고 툴툴대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곤혹스러운 일을 밤새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에도 탈진이 되다시피 한 채, 가까스로 잠자리에 들어 자는 듯 마는 듯 하고는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한 차례 난리를 치르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까지도 뱃속이 편치 않아 영 찝찝한 기분이었지만, 예약된 시간이 있어 일단 출발을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는 으레 그래 왔듯이 신장과 체중, 시력을 측정한 후 혈액과 소변 채취, X레이 촬영, 초음파 검사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젊을 때 그렇게 마디게 자라 평생을 단신으로 지내게 했던 키는 나이가 들수록 표 나게 줄어들고, 줄어야 할 체중은 그렇게 애를 씀에도 변동이 없어 측정을 할 때마다 헛웃음을 웃게 한다.

이윽고 남아있는 내시경 검사를 위해 칸막이가 쳐진 방으로 안내받았다. 내시경 검사실에 들어서니 기다리던 간호사가 기계적으로 주의사항과 진행 내용을 설명하며 내가 누울 침대를 가리킨다.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서 팔에 꽂는 주사바늘의 아픔에 얼굴을 찡그렸는가했는데 어느 순간 까마득히 잠에 빠져들어 그 이후의 상황이 어찌 진행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다 마쳤다고, 이제 담당 의사선생님 뵙고 집에 돌아가도 된다며 간호사가 침대를 정리한다. 시작한지 두어 시간 만에 제반 검사가 다 끝난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담당 의사를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오려는데 아직 몸이 온전히 깨어나지 않은 탓인지 다리가 휘청거리는 느낌이다.

병실에서 먼저 나와 기다리던 아내가 황급히 뛰어와 부축하려 달려드는 것을 “누구를 노인네 취급하느냐”며 손을 저었더니, “당신 지금 하는 짓이 노인네 같다”며 타박을 해댄다.

아내의 타박을 들으며 생각해 보니 2년 전 내시경 검사를 마치고 난 후의 상태는 지금 같지가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때는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멀쩡한 상태가 되어 똑바로 움직였던 것 같은데 2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에 순간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아내와 함께 담당 의사를 찾아 우선 검진 결과가 나온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내 경우는 여전히 여기저기가 문제인 상태로 먹고 있는 약을 계속 먹어야 된다는 것이고, 아내는 고지혈증의 수치가 좀 높은 편이라서 아무래도 약을 먹어야겠단다.

지난 검진 때에도 다소 문제가 있으니 약을 먹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원체 약 먹기를 싫어하는 아내는 그 말을 무시하고 약을 안 먹고 버텼는데, 이제는 수치가 높아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나도, 아내도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나머지 시간이 걸리는 검사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시 찾아와 상담키로 하고 병원을 나섰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도 영 기분이 개운치 않은 것이 아내의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어 그것을 떼어내면서 조직검사를 의뢰했다는 얘기를 들어서였다.

장모님께서 40대 중반 무렵에 대장암 판정을 받아 큰 수술을 하신 적이 있어서, 아내가 늘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아는 터라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일단은 어려운 숙제를 마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 죽으로 늦은 아침을 때웠다.

검사받기 전 며칠 동안, 특히 그 전날은 온종일 밥다운 밥을 못 먹었던 상황이라 허기진 마련해서는 걸게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검사받은 날 점심, 저녁은 가급적 죽으로 먹는 게 좋다하여 죽으로 챙겨 먹은 것이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전처럼 먹고 마시며 지내는 중에도 문득 문득 의사의 설명 속에 들어있던 주의사항이 떠올라 한 번씩 주춤거리게 된다.

과식과 과음, 그리고 운동 부족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입맛을 좇아 매운탕을 먹으러 가서도, 모처럼 중국집에 들러 탕수육이나 짜장면을 시켜 먹을 때에도 옛날처럼 무조건 맛있게만 먹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그저 순하고 맑은 반찬으로 차려진 백반이나 마음 놓고 맛나게 먹을까, 좀 자극적이고 걸게 차려진 음식을 앞에 하면, 입에서는 당기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다. 아직까지는 음식을 조심하고, 운동도 전과 달리 꽤 열심히 하고 있는 편이다.

특히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내가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걷고, 처방받은 약도 잘 챙겨먹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걱정하던 아내의 용종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정되어 마음이 놓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검진을 받기 싫더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충분히 이해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렇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때마다 챙겨서 치러야할 연례행사라는 생각이다.

검진결과 당분간일지언정 건강을 전보다 더 챙기게 되는 이점도 있으니,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래도 때마다 챙겨서 검진을 받아가며 지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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