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5,200만원… 교육청 "통상적 연수" 전교조 "혈세낭비 관광"

대전시교육청이 공무원에 대한 성과보상 및 격려 차원이라며 5,200여만원을 들여 36명에게 3박 4일 일정의 일본 공무국외여행을 추진해 빈축을 사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그동안에도 해왔던 연수인데 억울하다"는 입장인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이하 대전전교조)는 "사실상 먹고 놀다오는 혈세 낭비성 해외관광"이라고 비판했다.

3박 4일 중 공식일정 중학교·교육위원회·홋카이도대학 방문 뿐

대전교육청은 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장학관과 장학사, 사무관, 주사 등 36명이 내달 5~8일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북해도 일원을 방문한다. 1인당 경비는 146만원이며 총 소요예산은 5,265만원이다.

교육청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무국외여행계획서를 보면 여행 목적은 시·도교육청 평가 및 지방교육재정 운용성과 평가 ‘우수 교육청’ 달성에 기여한 공무원에 대한 성과 보상 및 격려로 돼 있다.

또 연수국의 주요 교육정책 및 교육현장 견학 등을 통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평가 핵심인재 역량 개발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박 4일 일정을 보면 삿포로 야경 체험을 비롯해 지다이무라 시대촌, 하코다테산, 베이지역, 오타루 운하, 시계탑, 구청사, 오도리공원 등 문화탐방이 대부분이다. 지다이무라는 우리의 민속촌과 같은 곳이며 하코다테산은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힌다.

3박 4일 중 공식일정은 하코다테 혜산중학교, 북해도 교육위원회, 홋카이도 대학 방문이 전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가 16일 발표한
대전전교조 “5,200만원의 국외여행 경비 쓰는 혈세 낭비 관광”

이에 대해 대전전교조는 "살충제 달걀 파문으로 학교 급식 식단에서 비빔밥, 계란 프라이는 물론 계란이 들어가는 식재료가 사라지는 등 재앙수준의 혼란을 겪고 있는데 대전교육청 공무원들은 한가하게 시민 세금으로 해외 관광을 가느냐"고 비난했다.

'대전교육청 36명, 9월초에 일본으로 놀러간다'는 제목으로 16일 성명을 낸 전교조는 "말이 ‘공무국외여행’이지 사실상 먹고 놀다오는 ‘해외 관광’ 일정"이라면서 "1인당 146만원으로 총 5,200만원의 국외여행 경비를 쓰고 혈세 낭비 관광을 하는 셈으로 교육적 기대효과는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사상 최악의 물난리에도 불구하고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와 국민의 지탄을 받은 게 지난달이었는데 대전교육청은 어떻게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에 무려 36명의 공무원들이 공무를 내팽개치고 일본으로 놀러갈 생각을 한단 말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이 정도면 대전교육청 공무원들의 도덕불감증과 논공행상은 전국 으뜸"이라며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이번 공무국외여행 계획을 취소하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대전교육청 “연례적으로 해오던 통상적 국외여행 문제 삼는 게 오히려 이상”

전교조의 이 같은 비판에 대전교육청은 연례적으로 해오던 통상적 국외여행으로 문제 삼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청 평가 및 지방교육재정 운용성과 평가 업무 추진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성과 보상과 격려를 위한 연수"라면서 "올해 처음 진행하는 게 아니라 지난해에도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대전교육청은 지난해 4월에도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상해, 항주, 오진지역을 다녀왔다.

지난해 연수에는 31명이 1인당 83만7,900원씩 2,655만원을 사용했으며 상해시교육위원회와 항주고급중학교 방문 외 공식일정은 없었다.

연수단은 3박 4일간 타이캉루 예술거리를 비롯해 강남민속관, 신천지, 동방명주, 상해 101층 금융빌딩, 임시정부청사, 홍구공원, 예원정원, 서호, 화황관어 등 문화탐방을 했다.

대전교육청 지난해에도 2,655만원 들여 3박 4일 중국 국외여행

이에 대해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평가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연례적으로 가던 연수인데 전교조가 문제를 삼아 억울한 감이 있다"며 "평가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과에서 추천한 사람들이 연수 대상자인데 예산 반영이 안 돼 못 간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성 일정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연수 일정이 워낙 짧아 일정을 짜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교육위원회와 학교 방문 등 공식일정이 있으며 나머지 일정은 숙소 주변의 관광지여서 외유성으로 치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대전교육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청 공무원을 무더기로 해외여행 보내는 것은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연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여행은 개인 돈으로 휴가를 내고 가는 게 맞는 만큼 교육감은 혈세낭비 행정을 중단하라"고 했다.

대전교육청 직원 36명의 3박 4일 일본 공무국외여행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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