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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기자회견 정착해야 하는 이유

[디트의눈]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후일담

류재민 기자2017.08.18 13:35:56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려는 기자들이 손을 들고 있다. 청와대 제공.

#1 설렘과 긴장.
사막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라고 했던 대화처럼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한편으론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혹시 너무 떨려 실수는 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앞둔 며칠 전부터 이런 설렘과 긴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내게 질문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200명이 넘는 출입기자들이 1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동안 모두 질문을 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통령에게 질문할 준비가 되어 있던 나로서는 기회를 얻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동안 기자회견을 해 왔던 춘추관 브리핑실이 아닌, 일반인은 들어갈 엄두도 내기 힘든 영빈관에서 대통령을 만난다는 기분에 기자들은 나처럼 모두 설레고 긴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저마다 대통령에게 무슨 질문을 할지 고민의 나날을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2 새로움과 아쉬움. 노트북 대신 수첩만 가져오라고 했지만, 지난 1월 같은 말을 했던 전 대통령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오케스트라 무대같이 반원 모양으로 꾸민 자리와 회견 시작 전 익숙한 대중가수의 발라드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며 긴장감을 풀어주기도 했다. 외교·안보와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분야별 주제를 나눈 것도 중구난방 식 질문을 예방하기 위한 바람직한 시도였다. 질문자와 질문 내용을 청와대와 사전 조율하지 않은 것도 운용의 묘를 살렸다.

내·외신 기자 대부분이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었지만, 대통령에게 질문할 ‘영광’을 얻은 건 15개 언론사 기자들이었다. 218명 중 7%에 해당하는 수치다. 청와대에 출입하는 기자라면 누구나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하고 싶어 한다. 특히 직전 정부의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기피하고, 그나마 탄핵 전 세 차례 대국민담화에서도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았다.

그러니 새 정부 들어 첫 대통령 기자회견장에서 그동안 질문에 목말라했던 기자들이 얼마나 마이크를 잡고 싶어 했는지는 더 이상 부연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사전 질문자와 질문 내용은 조율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정통 ‘즉문즉답’이 이루어진 건 아니다. 질문권이 청와대 '풀(pool) 기자단' 위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풀 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등록기자들은 사실상 질문의 기회가 봉쇄되다시피 했다.

당초 진행안은 이랬다. ▲외교·안보 종합지+통신(영문 포함) 질문 4개 ※ 외신 질문 1개 ▲정치 방송 질문 3개 ※ 지역 질문 1 ▲경제 경제지 질문 2개 ※ 외신 질문 1개 ▲사회·문화 뉴미디어/상주기자 질문 3개 ※ 지역 질문 1 ▲무주제 질문 1-2개.

하지만 이 안은 실전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인터넷 신문이 주축인 뉴미디어단 질문은 자유질문으로 건너뛰었고, 등록기자들이 기회를 노렸던 무주제 질문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회견이 끝나자마자 일부 기자들은 불만 섞인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죽하면 제비뽑기로 질문자를 정하자는 말까지 나왔을까.

#3 대안. 이날 회견 사회를 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회견 이후 “특정 매체군을 의도적으로 소홀히 하려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 노심초사 애쓰셨을 기자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양해를 구했다.

물론 처음 시도한 회견이고, 생중계라는 무언의 압박에 쫓긴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앞으로 대통령 기자회견 질문에 대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상시 회견이 열리기 때문에 현안 중심으로 자유롭게 물어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한두 차례 회견하는 현실 탓에 기자단 내부에서 질문을 조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처럼 상시 회견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하루에 잠은 얼마나 자는지, 퇴근하면 주로 무얼 하는지, ‘이니’라는 별명은 마음에 드는 지 등등 소소하지만 국민들이 더 원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토론회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수시로 브리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후 두 차례 인사 발표를 직접 하고 질문도 받았다.

서면으로 사전 질문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미리 대통령의 답변을 작성해 둔 다음 회견이 끝나면 청와대 홈페이지나 출입기자들 온라인 공간인 ‘e춘추’에 올려준다면 기자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장 회견에서 이벤트성으로 대통령이 사전 서면 질문 가운데 한두 개를 소개하는 것도 좋을 법하다. 청와대부터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지방의 단체장 기자회견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다.

#4 에필로그. 질문도 자주 해봐야 내공도 쌓인다. 질문 수준이나 떨림이 덜하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청와대 기자들더러 직전 정부에서 질문을 못하게 해서 질문할 줄도 모른다는 지적도 한다. 그렇다. 이는 기자들이 반성할 부분이다. 어제 영빈관 회견장 전광판에 새겨졌던 ‘국민이 묻고 대통령이 답한다’는 글처럼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에게 질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모든 기자에게 평등해야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회견 때 지명 받으면 하려고 준비했던 질문이다. “얼마 전 대통령께서 ‘택시운전사’란 영화를 본 걸로 아는데요. 저는 그 영화 속 독일인 기자를 보며 ‘기자’라는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새삼 느꼈습니다. 새 정부가 각 분야별 개혁과제를 추진 중인데, 그 중 대통령께서 구상 중인 언론개혁의 방향성을 듣고 싶습니다. 또 지금 이 시간에도 국민의 알권리와 사회 정의를 위해 취재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언론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근무환경과 여건이 열악한 상탭니다. 이들이 취재 현장에서 치사해지지 않고, 강소 언론인으로 성장 발전해 갈 수 있도록 관심과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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