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가 폐교 위기에 놓인 전북 남원의 서남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한남대가 폐교 위기에 놓인 전북 남원의 서남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서남대는 설립자의 횡령금 333억원뿐 아니라 체불임금 등 부채 누적액 187억 원에 부실한 인사 및 학사관리로 교육부로부터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받은 곳이다. 이달 초 서울시립대와 삼육대가 서남대 인수 제안을 했지만 교육부가 거부해 사실상 폐교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서남대가 폐교되면 1,000여명의 재학생은 전공에 따라 인근 학교로 편입되고 의대 정원도 타 대학으로 흡수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학교 구성원의 대량 실직과 지역경제 위축 등 폐교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교육부는 "다른 재정기여자가 나오면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며 한발 물러났다. 이런 가운데 한남대가 서남대 인수를 타진하자 정상화의 마지막 불씨라며 반기는 쪽도 있다.

한남대는 서남대 인수를 통해 염원하던 '의대 설립'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남대 남원캠퍼스에는 정원 49명 규모의 의대가 있는데 목포대와 순천대, 경남 창원대가 벌써부터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의대 신설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 대학은 '의과대학유치조직위원회'까지 만들어 자치단체, 정치권을 총동원해 의대 정원 차지에 사활을 거는 모양이다.

이 와중에 한남대의 서남대 인수 타진은 파격적이다. 목포대·순천대·창원대가 의대 정원 49명에 눈독을 들이는 것과 달리 한남대는 교육부가 서남대 인수조건으로 내세운 교비 횡령액 333억원 변제와 남원·아산캠퍼스의 동시인수를 검토 중이다. 인수에는 최소 333억원에서 1,000억원이 넘게 들 수도 있다. 의대 설립 꿈을 위해 비리·부실사학으로 판정받은 대학을 통째로 인수하겠다는 놀라운 발상이다.

49명 정원의 의대 확보를 위해 서남대 설립자의 교비 횡령액 333억원을 변제하고 남원·아산 두 곳 캠퍼스를 모두 인수하는 게 타당한지를 놓고 한남대 구성원은 물론 지역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의대 설립과 남원·아산 등 캠퍼스 확대로 한남대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반면 있는 의대 하나 갖겠다고 1,000억원 이상을 쏟아 붓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학생 수 급감으로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위기에 캠퍼스를 늘리는 건 획기적 역발상이거나 무모함 둘 중 하나다. 안 그래도 입학금 폐지와 전형료 인하, 등록금 인하로 사립대학의 재정난이 극심한데 대학을 통째로 인수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다. 그동안 한남대 법인이 대학 재정에 기여한 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서남대 인수에 거액을 쓸 경우 구성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겠다.

한남대 법인 2015년 법인전입금 0.13%·법정부담금 0.24%… 재정 기여 열악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에 공개된 지표들이 한남대 학교법인의 대학재정 기여도를 말해준다. 학교법인이 대학운영 경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의 법인전입금은 대학 수입총액의 4%에 불과하다. 한남대의 2015년 법인전입금은 사립대 평균은 고사하고 1%에도 못 미치는 0.13%다. 학교법인의 재정 기여도가 형편없다는 의미다.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교직원 연금, 건강보험료 같은 법정부담금도 한남대 법인은 2015년 0.24%만 냈을 뿐 모두 대학에 전가시켰다. 전국 사립대학 법인의 법정부담금 평균인 50%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100%를 낸 건양대, 우송대 81%, 대전대 65%와 비교해도 현저히 적다. 돈 없는 사립대학들이 등록금에 의존해 학교를 운영하니 국립대의 2배만큼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도 학생들의 교육여건은 더 열악해지는 것이다.

한남대가 서남대 인수를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며 정상화 방안을 제출해도 교육부가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한남대가 계획서를 내면 검토는 하겠지만 서남대 폐교절차는 예정대로 밟겠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대전의 대표 사학인 한남대가 의대까지 가지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여러 여건들로 볼 때 인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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