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55>

충남대 예술대학 회화과 전임교원 채용에 지원하려던 A씨는 자격요건을 보고 응모를 포기했다. 또 다른 지원자 B씨는 충남대 측에 "특정인만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지만 학교방침이라는 말에 지원을 접었다. 이들이 충남대 회화과 교수에 지원하지 못한 이유는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로부터 공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연구실적물로 전시경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협에서 확인서를 받아오라는데 회원이 아닌 A씨와 B씨는 받기 어려웠다. 신규 회원가입 심의도 연 2회로 제한돼 당장 가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외국에서 공부한 이들은 민간단체인 미협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 장년층에 비해 30~40대 젊은 작가들은 협회 가입에 소극적이라는 게 미술계의 이야기다.

미협 인증 문제로 지원을 포기한 A·B씨와 달리 C씨는 어렵사리 서류는 냈으나 채용되지 못했다. C씨는 "작년부터 충남대 미대교수 내정 소문이 있었지만 직장을 구해야 하는 절실함에 지원했는데 결과는 역시나 였다"고 말했다. 이들의 의심대로 충남대는 지난달 말 D씨를 최종 합격자로 발표했다. 충남대가 특정인 채용을 위해 미협 인증을 요구했다고 의심하는 쪽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교육부에 진정을 냈다

“미협 공증으로 응시기회 박탈” 권익위와 교육부 진정

본보는 지난달 말 <충남대 전임교원 특혜 채용 논란>을 제기했으며 [사설]을 통해 충남대가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보도한바 있다. 채용을 주도한 교수의 제자로 이 교수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졌고 중복출품도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작년에 채용하려다 내부 반발로 무산되자 올해 다시 채용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런 의심에 대해 해당교수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심사가 이뤄졌으며 채용자의 자격과 경력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며 대학본부 역시 "채용과 관련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진상조사를 벌인 교무처장은 "교수 채용과 관련해 충남대가 어떤 룰을 제시하는지는 전적으로 학교의 문제로 시빗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지원하려는 쪽에서는 미협 공증을 받아오라는 충남대의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했다. 미협 공증을 못 받아 지원을 포기한 A씨는 "연구실적물 인정을 위해 국가기관도 아닌 미협 공증을 받아오라는 대학은 전국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충남대가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다수 응시자의 지원 기회를 원천 봉쇄한 것"이라고 했다.

미대교수 채용에는 통상 20~30명은 지원하고 50명 이상 몰린 대학도 있다는데 국립대인 충남대 회화과 전임교원에 5명만 지원한 이유가 미협 공증 때문이라는 게 응시자들의 불만이다. 어떤 방식으로 교수를 채용할지는 대학이 결정할 문제지만 왜 응시자들이 지원하기 힘든 조건을 걸었는지 모르겠다. 더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라면 다행이지만 이 때문에 많은 지원자의 기회가 박탈됐다면 문제가 있다.

이해당사자 배제시킨 별도 진상조사위 통해 채용 투명성 확보해야

일반 학과들처럼 연구실적물을 국제학술지와 국내학술지로 나눠 등재지, 등재후보지, 단독저자와 공동저자 등에 따라 점수를 매기면 별 논란이 없겠지만 예술분야는 전시나 공연 실적을 어디까지 어떻게 인정하고 점수로 환산할지를 놓고 시비가 생길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과 동네 카페형 갤러리에서 연 소규모 전시를 같이 볼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 명확한 기준이 요구된다.

미대교수 채용과 관련해 충남대는 진상조사를 벌였다지만 민원과 진정이 나오는 걸 보면 미흡해 보인다. 교수채용 의혹이 권익위와 교육부까지 갔다는 것만으로도 학교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충남대는 이해당사자를 배제시킨 별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채용과정을 되짚어보는 게 좋겠다. 특정인 채용을 위해 불공정한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는 것도 검증할 대목이다.

지난 4월 충남대 전임교원 채용 공고문 중 일부.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