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의 얼굴이 굳어져가고 있었다. 평생의 대업으로 천하통일을 이룩했지만 백성들은 의미를 두지 않으니 딱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무지랭이 들이라 어쩔 수 없다고 받아 넘기면서도 탐관오리들의 폭정이 말이 아니란 점에 대해서는 분노하고 있었다. 승상과 낭중령은 시황제의 낯빛을 모를 리 없었으므로 안절부절못하며 뒤를 따랐다.

시황제의 일행이 장마당을 둘러보고 함양성의 뒷길을 돌아 난지라는 지역을 둘러본 다음 환궁 하려는 참이었다. 벌써 어둠이 서쪽에 묻어오고 있었다.

그때 길을 앞서서 걷고 있던 한 사내가 느닷없이 돌아서며 단검을 뽑아들고 시황제를 향해 돌진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시황제는 “아이쿠” 하는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옆으로 비켜서는 바람에 칼날이 옆구리를 지나쳤다.

옷이 찢기며 시퍼런 칼날이 겨드랑이 밑으로 파고들었다. 옆에 섰던 승상과 낭중령은 시황제가 칼에 찔렸다고 생각했다.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경호 책임자인 위위가 자신의 칼을 뽑아들고 잽싸게 사내를 제압했다.

그제야 사내는 자신의 시해가 실패로 돌아간 것을 알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경호를 담당했던 여러 명의 변복차림 부사들이 뒤쫓아 난전으로 도망가는 범인을 현장에서 참살했다.

가까스로 죽음을 면한 시황제는 호위 부사들에게 둘러싸여 부랴부랴 궁으로 돌아왔다. 하마터면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다.

함양궁으로 돌아온 시황제의 심기는 불편했다.

그날 밤 전 신하들에게 비상이 소집됐다. 중신들은 영문도 모른 채 허겁지겁 조당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국가대사를 논하던 이들도 있었고, 기방에서 술을 푸다 온 이들도 있었다. 혹자는 관복을 제대로 정재하지 못해 관모를 뒤집어쓰고 달려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서로 숙덕거리며 무슨 일로 비상이 소집 됐는지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중신들이 서로 밀담을 주고받으며 작금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을 때 시황제가 경호책임자 위위를 앞세우고 조당으로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다른 날과 달리 굳어있었다. 승상 이사나 낭중령 조고의 표정은 굳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중신들은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으스스하게 떨었다.

무슨 변이 난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용상에 오른 시황제는 조당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도대체 이 나라 관리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기에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있으며 짐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가? 더욱이 짐을 시해하려는 무리들이 도처에 득실거리고 역모를 꾀하는 자들도 부지기수인데 관원들은 또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오늘 짐이 함양성을 둘러보러 나갔다 봉변을 당해 죽음을 겨우 면했노라. 이러고도 책임자들이 살아남기를 바라는가? 경들은 들으시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승상의 말을 들어 파악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들은 모조리 색출하여 엄벌에 처하도록 하시오.”

시황제는 금적용 흑포를 획 젖히며 용상에서 일어나 내궁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이사를 중심으로 한 중신들은 즉시 대책마련에 나섰다. 특히 시해사건이 발생한 난지를 책임지고 있던 관료들은 모조리 중벌에 처하고 주변에 있던 이들도 문초하여 최소한 관직을 삭탈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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