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법인 이정 대표 오정균

세무법인 이정 대표 오정균(디트뉴스 자문위원).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잠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흔한 얘기로 베개에 뒷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체질이었다. 친구들이 한 밤에 깨어나 잠이 안와서 아주 애를 먹는다는 얘기를 해도 그저 남의 일로만 여겼다.

오래 전 일이지만, 숙부님께서 꼭 지금의 내 나이쯤 되셨을 무렵 “잠이 안와 아주 고통스럽다”고 말씀하실 때에는 뭣도 모르는 처지에서 그저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해보시라고 얘기했을 정도로 그 면에서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한 채 지내왔다. 그러던 내가 얼마 전부터 잠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서 그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면 또 모르겠는데 전혀 그런 것도 아니면서 한 밤중에 무단히 잠이 깨면 참 야속할 정도로 다시 잠들기가 어려운 것이다.

뒤척이며 부스럭대다 보면 곤히 잠든 아내까지 깨울 것 같아 기척도 내지 못하며 누워 있으려니 송신증이 나고 온 몸에 열이 돋는 것 같아 잠은 더 멀리 달아나고 만다. 그렇게 한참을 버티며 잠을 청해보다가 정 안되겠다 싶으면 살그머니 잠자리를 빠져 나와 거실로 나간다.

거실에는 이럴 때를 대비해 늘 두서너 권의 책을 챙겨 두고 있는데, 한 권은 제법 재미있을 만한 것으로, 또 다른 책들은 읽고 싶기는 하나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것으로 놓아두고 있다.

이럴 때면 무얼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잠을 청하기 위해서 책을 집어 드는 것이다. 딱딱하고 지루한 책을 펼쳐들고 읽다 보면, 어떤 때는 다행스럽게도 20~30분 만에 잠이 쏟아져 다시 잠을 자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두어 시간 정도 번잡을 떨어야 겨우 잠이 오는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 그 때쯤 잠자리에 들면 고작 한 두 시간 후에는 일어나야 되는 상황이라서 그런 날은 온 종일 피곤을 달고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문제는 이런 일을 어쩌다 한 번 겪는 게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겪는 일이라서 이제 그냥 넘기기에는 좀 부담스럽게 됐다는 점이다.

그런 와중에도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이 있기는 하다. 이럴 때마다 휴대폰을 찾아 들고 뒤적거리다보면, 친구들 중 몇 명도 그 시간에 잠들지 못하고 SNS에 들락거리고 있는 게 보여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싶어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쨌든 나이가 들어 갈수록 잠을 잘 자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데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친구들 모임에 나가보면 불면 현상에 대해 모두들 저만의 비법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목청을 돋운다. 그래봐야 어쩌다 한 번 통하는 대증요법 정도의 비법이지만, 그래도 유심히 들어 두었다가 잠이 안 올 때면 한 번씩 써먹어 볼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저런 방법을 써 봐도 별 특별한 비방은 없더라는 것이 그 동안 해보며 내린 결론이다. 그저 낮 동안 부지런히 움직이고, 운동을 빠트리지 않고 알맞게 잘 한 날은 그나마 잠을 수월하게 잘 잘 수 있더라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늘 그런 것도 아니지만...

옛날 내 어릴 적에 초저녁이면 일찍 잠드셨다가 한 밤중에 깨셔서 두런두런 말씀을 나누시던 할아버지, 할머님이 왜 그러셨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그 때 할아버지, 할머님 연세가 지금의 내 나이 정도 되셨을 무렵이니, 지금의 나처럼 한 밤에 잠을 깨신 두 분이 다시 잠드실 때까지 집안 대소사는 물론이고, 동네의 온갖 크고 작은 일들까지 참견하는 얘기들을 나누셨던 것 일게다.

그게 벌써 50여 년 전의 일로 어느 덧 내가 그 때의 할아버지, 할머님처럼 한 밤에 잠이 깨어 뒤척이며 온갖 생각을 다 하면서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이다.

옛날 일들을 더듬어 보거나, 지금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이처럼 이따금씩 찾아오는 불면현상이 별로 특별한 게 아닌 것으로 보여 져서 일단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일회성이 아니고 반복해서 나타나다 보니 이제는 좀 부담이 된다.

아직 병원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2, 3일을 연속해서 불면 증상이 계속될 때에는 “병원에라도 가 봐야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며 불쑥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비단 잠 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고장 난 어깨도 벌써 3년 째 신경 쓰며 지내고 있는 상태고, 병명도 쉽지 않은 족저근막염때문에 나타나는 발바닥의 통증도 심했다, 덜했다 하지만 그냥 저냥 지내고 있는 것이 꽤 오래된 얘기다.

가만히 살펴보면 내 몸이 어느 한 군데 불편한 곳 없이 완벽하게 산뜻하고, 가뿐한 상태로 지냈던 적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벌써 오래 전부터 서서히 닳고, 낡아지고 있는 것이 점점 더 실감이 나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하며 조심조심 지내보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공연히 젊은 시절의 생각만 갖고 어떤 면에서든 무리하며 지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즈음이다.

마음은 아직 팔팔한 것 같은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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