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상 이사가 황제의 마차에서 물러난 뒤 시황제의 짜증은 정도를 더했다. 이를 직시한 낭중령 조고가 행렬이 지나는 지역에서 미색이 빼어난 계집들을 찾아 마차에 들여보냈지만 그 또한 시큰둥했다. 게다가 계집들의 방중술이 미흡해 시황제를 기쁘게 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었다.

결재서류를 들고 들어가면 목숨을 연명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연신 시황제의 큰소리가 마차 밖으로 새어나왔다.

조고는 하는 수 없이 노생을 찾았다.

“이보시오 술사. 시황제 폐하의 심기를 어떻게든 풀어보시오.”

“제가 무슨 수로 시황제 폐하의 심기를 풀 수 있단 말이오?”

“그래도 술사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질 않습니까. 그러니 제발 시황제 폐하의 심기를 제자리에 돌려놓아 주시구려.”

노생은 낭중령의 주문에 떠밀리다시피 황제의 마차 문을 두드렸다.

노생도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자신이 장담했던 불로생약을 구하지도 못한 처지라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시황제를 녹여야 했기에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대는 술사 노생이 아니던가?”

“그러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전번에 석생과 한종으로 하여금 불노불사의 생약을 구하도록 일렀으나 그들이 아직 선인을 만나지 못해 생약을 구하지 못하였다 들었나이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들이 쉼 없이 선인들을 찾고 있으니 조만간 생약을 구하여 올 것이라 믿사옵니다. 염려 거두시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노생이 수시로 석생과 한종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것처럼 둘러댔다.

“그래 얼마지 않아 생약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이렷다.”

“그러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그들이 선인을 만나지 못한다면 신이 직접 심산에 들어가 선인들을 만나 생약을 구하여 오겠나이다.”

노생이 야무진 말투로 말했다.

“그 참 듣던 중 반가운 말이오. 아무래도 누구를 시키는 것보다 술사가 직접 선인을 만나 생약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소이다.”

“황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께옵서 하명만 주신다면 신이 그렇게 하겠나이다.”

노생이 꺼져가던 희망을 되살리자 굳어있던 시황제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지는 듯 하였다.

“시황제 폐하. 근자에 들어 심기가 불편하시어 어린계집들도 멀리하고 계신다는 얘기를 들었사온데 그것이 사실이오니까?”

“짐의 기운이 옛 같지 않아 삼가고 있소. 왜 그것이 무슨 문제라도 있소?”

시황제가 노생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옵나이다 만 어린 계집을 멀리함이 능사는 아니라 사려 되옵나이다. 언젠가 말씀을 올렸듯이 방사하지 않고 미색의 계집들을 가까이하심이 도리어 기를 생하게 하는 지름길이기에 말씀을 올리는 것이옵나이다. 이를 거두어 주시옵소서.”

그제야 시황제가 마음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 또다시 생기가 감도는 듯했다.

“본시 남녀는 함께 있으므로 기가 생하고 멀리 함으로써 기하 쇄하는 법이옵니다. 특히 어린 계집은 이른 봄과 같아서 생기를 몸에 지니고 있기에 그들을 가까이하면 시황제 폐하께옵서도 기분이 상기되고 몸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옵나이다.”

시황제는 노생의 말을 따르겠노라고 대답하고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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