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연수·업무협약 체결·훈포장 전수·아침동행 등 참석

# 대전시 서구 A중학교에서 여교사 수업시간에 남학생 10여명이 집단으로 음란행위를 벌였다. 교육청은 교권침해 정도로 처리했지만 여성단체들은 교실에서 발생한 엄연한 학교폭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서구 B초등학교 교실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 마감재 제거작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석면이 또 다시 검출돼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2학기 개학을 1주일 연기했다.

# 서구 C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했던 조리원이 “'양잿물'로 알려진 수산화나트륨을 주원료로 하는 강력세제로 국솥 등을 닦아왔다”고 고백했다.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성분의 세제를 원액으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이어지고 있다.

# 대덕구 D중학교 여학생이 개학 3일 만에 학원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 성폭행 피해 사실이 여름방학 전 학교에 알려졌고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다. 

성희롱·급식·석면·자살 등 대전 초·중학교 사건사고 이어져

지난 6월 말부터 두어 달 사이 대전의 초·중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들로 학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잇따른 성관련 사건들이 교실 내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성폭행 후유증으로 여중생이 자살까지 이른데 대해서는 지역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런 가운데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문제가 발생한 학교 방문도 하지 않았으며 공식사과와 유감표시조차 없어 교육청 안팎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데도 교육감이 외부행사 참석에만 공을 들이는 것은 내년 교육감 선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들도 있다.

여중생이 자살한 지난 25일 이후 설 교육감은 해당학교를 방문한 적이 없으며 양잿물과 비슷한 성분의 세제로 조리 기구를 세척했다는 폭로가 나온 학교도 찾아가지 않았다.

대신 설 교육감은 이번 주 학원장 연수, 학교장 연수, 어린이회관 업무협약, 교원 훈포장 전수식 등 교육청 안팎의 행사에 참석했다.

대전교육청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설 교육감은 ▲28일=2017년 하반기 학원장 연수 ▲29일=자기성장평가 지원시스템(SEAS) 학교장 연수 ▲30일=대전시어린이회관과 업무협약 ▲31일=8월 말 퇴직교원 훈‧포장 전수식에 참석했다.

1일에는 대전시장배 전국장애인탁구대회 개회식에 참석했고 2일 아침 6시 30분에는 계족산 장동산림욕장에서 시민들과 아침동행 행사를 갖는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30일 대전시어린이회관에서 대전시어린이회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설동호 대전교육감 2일 아침 6시 30분 계족산 '아침동행' 참석

이를 두고 교육청 내에서도 "학생이 자살하는 등 교육현장이 어수선한데 교육감이 행사장만 다니는 건 너무 심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청 직원은 "급식문제에 석면, 학생 자살까지 교육청에 근무한다고 말하는 것조차 창피할 정도로 사건사고가 많은데 교육감은 외부 행사장만 쫓아다니는 것 같다"며 "문제가 터지면 직접 나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타 시·도 교육감과 비교된다"고 토로했다.

대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여중생 자살과 남학생들의 교실 내 음란행위 같은 사건들로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 교육감은 아는지 모르겠다”며 “내년 선거에서 재선을 목표로 행사 참석에만 열중하는 것 같은데 교육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이 나오자 즉각 특별감사를 벌여 교장과 교감·생활지도부장을 해임하고 담임교사에겐 정직 처분을 통보했다.

여교사가 제자와의 성관계 혐의로 구속되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성관련 사건에 대한 담화문'을 통해 "경남의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교육가족은 물론 학부모님과 도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깊어지는데 대해 교육감으로서 깊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교육현장의 성관련 사건에 대해 박 교육감은 "성관련 문제에 대비한 '종합대책'을 세우겠다"며 "비상회의를 개최해 성관련 문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교직원의 경각심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중학생 집단음란행위·여중생 자살 관련 설 교육감 기자회견·담화 없어

중학생들의 교실 내 집단 음란행위와 여중생 자살과 관련해 설 교육감이 직접 기자회견을 갖거나 담화를 발표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는 "여학생 자살 1주일이 되도록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그 흔한 사과 한 마디 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며 "성관련 사건에 대해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경남교육감과 비교하면 설 교육감과 대전교육청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알 수 있다"고 비난했다.

전교조는 "잇따른 대형 사고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대전시민 모두가 분노하고 있고 불안에 떨며 잠을 못 이루는 비상시국에 설 교육감은 한가하게 행사장에 얼굴 내밀고 웃으며 사진 찍는 것을 보니 한심하다"며 "대전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전교조는 또 5~8일 5,265만원의 예산을 들여 일본으로 포상연수를 떠나는 36명의 공무원에 대해서도 "최소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는 해야 하지 않느냐"며 "공무국외여행이라는 이름의 일본 관광을 취소하고 교육청 식구들 모두가 ‘안전한 대전교육 만들기’를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대전시교육청이 28일부터 9월1일까지 언론에 보도 요청한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행사 참석 일정.
대전교육청 “행사 많은 시기… 현장 분위기 감안해 부족한 부분 더 노력”

이런 지적들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양잿물 성분의 세제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국솥, 식판 등 세척제는 반드시 수산화나트륨(NaOH) 함유량 5%미만의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학교급식소에서 사용하는 수산화나트륨 5%이상 함유된 혼합물질 사용과 관련해 세척제의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적정 사용기준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각급 학교에 긴급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설 교육감의 과도한 행사참여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개학을 맞아 행사가 많은 시기"라면서 "현장의 분위기 등을 감안해 부족한 점이 있다면 관련부서에서 더 철저히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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